디스플레이 패널 슬리밍과 고기능성 코팅을 생산하던 아바텍이 내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 나설 전망이다. 후발주자지만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모두 갖춰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급까지 노린다. 매출 700억원대 기업이지만 올해 45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향후 3년간 2000억원 통 큰 투자를 시작할 채비를 마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바텍(대표 박명섭)은 IT제품용으로 MLCC를 개발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으로부터 품질 평가를 준비 중이다. 최종 평가를 무사히 통과하면 내년부터 MLCC 공급을 시작한다.
2000년 설립한 아바텍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액정표시장치(LCD)용 유리기판 슬리밍(식각)과 고기능성 산화인듐주석(ITO)·메탈 코팅 전문 기업이다. 롤러블 TV 디스플레이용 유리도 아바텍의 슬리밍 공정이 적용됐다. LG디스플레이가 아바텍 지분 16.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아바텍은 국내 LCD 시장이 위축되자 2018년 신규사업으로 MLCC를 낙점했다. 올해 450억원을 투자해 월 30억개 규모 양산 설비를 갖췄다. 삼성전기, 무라타 등 국내외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이지만 5G, 자동차 등에서 소형 고용량 MLCC 수요증가를 예상하고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뒤늦게 시장 진출을 결정했지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은 높다.
박명섭 아바텍 대표는 “국내외 경쟁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자사 MLCC가 칩 구조와 특성 모두 동등하거나 그 이상 수준을 구현했다”며 “특히 고온에서 높은 전압을 지속 가하는 신뢰성 시험 결과 자사 제품만 유일하게 전극 열화 등 없이 일정하게 성능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또 “정식 양산을 시작하면 기존 대기업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하면 인건비는 국내보다 낮지만 전체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물류비도 높지 않아서 원가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설명했다.
아바텍은 정식 양산을 시작하면 내년부터 추가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정식 양산 후 생산량이 늘어나면 신규공장 투자가 필요하다”며 “추가로 3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총 누적 생산규모를 현재 월 30억개에서 월 200억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바텍은 지난해 매출 743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달성했다. 시가총액은 1200억원대다. 시총을 훌쩍 넘는 대규모 자금을 과연 집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기존 보유한 현금자산 등이 약 1000억원 규모로 투자 여력이 충분했고 MLCC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유망사업이라고 판단했다”며 “추후 일부 차입도 필요하지만 슬리밍과 코팅 사업에서 계속 캐시카우가 발생하고 있고 MLCC 매출도 발생하므로 부채비율은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다시 MLCC 호황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사와 적극 협력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추후 해외에도 수출해 MLCC 시장에서 아바텍 브랜드가 다크호스로 평가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