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유리기판 분야 진출을 추진한 가운데 올해 말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CES 2025'에서 “2~3년 후에는 통신용 반도체에서 유리 기판이 쓰이기 시작하고, 5년 뒤에는 서버용에서도 주력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LG이노텍도 장비 투자를 해 올해 말부터는 유리기판 시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리 기판은)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라며 “많은 업체가 양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데, LG이노텍도 늦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유리로 대체한 제품이다. 두께가 얇아지고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소비 전력도 낮출 수 있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와 삼성전기가 유리기판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일본 다이닛폰프린팅(DNP)·이비덴 등도 가세했다.
인텔은 유리기판 도입을 공식화했고, AMD와 브로드컴도 기술 채택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문 대표가 사업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리기판과 더불어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고부가가치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는 양산에 돌입, 북미 빅테크 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FC-BGA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공장 자동화로 생산성을 제고해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문 대표는 “FC-BGA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며, 여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개발 협력도 추진 중”이라며 “스마트 팩토리로 차별화를 하려 하는데, LG이노텍이 원하는 대로 되면 궁극적으로는 인력을 적게 투입하고 수율은 훨씬 높은 공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은 고부가 부품의 경우 국내 구미 공장, 범용 제품은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향으로 이원화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단가 측면에서도 중국 경쟁사에 밀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문 대표 구상이다.
멕시코 생산 기지 증설은 계획대로 추진한다. LG이노텍은 전장부품과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멕시코 신공장을 올해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이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예고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 대표는 “미국 생산 비용이 워낙 높아 25% 관세를 내더라도 멕시코가 저렴하다”며 “멕시코에서 관세를 덜 내는 방향이 가능할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고, 멕시코에서 계속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주요 빅테크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파트너 중 절반 이상과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며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면 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