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사이언스>(31)핵융합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해 막대한 에너지를 얻는 대신 방사능 오염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핵분열보다 300배나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도 방사능은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차세대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이 바로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을 말한다. 무거운 원자핵이 둘 이상으로 쪼개지는 핵분열과는 다르다. 핵분열처럼 핵융합 과정 전후에도 미세한 질량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 질량 차이가 에너지로 변한다.

 태양은 대표적인 핵융합로다. 태양의 중심부를 살펴보면 약 1500만도의 온도와 4500억기압의 압력 속에서 수소와 헬륨 원자 사이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초고온·초고압 속에서는 이온과 전자가 분리돼 플라즈마 상태로 되며 원자핵인 수소이온들이 시속 100만㎞ 이상의 속도로 서로 충돌해 핵융합 반응을 한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태양 중심부에서와 같은 조건을 만들 수 없다. 수소가 아닌 다른 물질을 사용해 다른 온도와 압력 조건 아래서 핵융합을 실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구에서는 태양에서보다 온도는 더 높이고 대신 압력은 낮춰 핵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기본 연료도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일반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되는데 중수소는 수소원자 핵에 중성자가 하나 더 붙고, 삼중수소는 중성자가 두 개 더 붙는다. 중수소는 보통 바닷물에서 채취하면 되지만 삼중수소는 희귀물질로 리튬을 중성자와 충돌시켜 생성해낸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1억도가 넘는 온도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진 상태인 플라즈마로 핵융합 반응한다. 반응이 이뤄지면 처음 입자들의 질량 합보다 반응 후 입자들의 질량이 가벼운데 그 차이가 에너지로 분출된다. 그런데 이 질량 차이가 핵분열 때보다 훨씬 커 핵융합에너지는 핵분열에너지의 300배나 된다. 핵융합은 트럭 1대분의 중수소만 있으며 유조선 11척 분량의 석유, 열차 100량짜리 250대분의 석탄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에서 핵융합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높은 온도 상태에서 핵융합 원료기체는 원자 주위의 전자들이 전부 떨어져 나가 자유전자와 양이온으로 이온화돼 존재한다. 즉 고체·액체·기체 외에 물질의 제4 상태인 플라즈마를 이루게 된다.

 또 1억도 이상의 높은 온도를 갖는 플라즈마를 가둬 두기 위해서는 엄청난 중력과 고온·고압 상태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플라즈마의 운동을 자기장 속에 가두는 자기밀폐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

 핵융합 반응은 원료가 풍부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기존 핵분열 방식인 원자력발전에 비해 환경친화적이다. 또 유해한 방사능이 적어 발전소 폐쇄 50년 후에는 내부 방사는 레벨이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수준보다 더 낮아지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핵융합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연구용 핵융합로인 ‘K스타’를 2004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 아래 15개 기관에서 연간 250명의 연구인력이 참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50년이면 본격적으로 핵융합로의 실용화가 가능해져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서울대 핵융합 및 플라즈마 응용연구실 http://fusma.snu.ac.kr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 http://www.knfp.net

 국제 핵융합 컨소시엄 http://www.i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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