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그 예금 토큰 결제인가요? 결제됐습니다”
편의점 직원은 낯선 예금 토큰 결제 화면을 신기해했지만 당황하진 않았다. 일반 간편결제와 똑같이 QR코드 스캔 한 번으로 결제가 완료됐고, '예금 토큰이 차감되었다'는 문구가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지난 1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 막이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 ·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참여해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디지털화폐 생태계 구축 실험이 시작됐다. 기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금 토큰 지갑을 개설하고, 오프라인 가맹점 세븐일레븐과 신한은행 '땡겨요' 배달플랫폼에서 결제를 진행해 보았다.
예금 토큰 지갑 개설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신분증과 계좌, 휴대폰 인증 등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과정은 비대면 금융 거래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쉽게 느껴졌다.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KB스타뱅킹과 신한SOL뱅크 두 앱에서 예금 토큰 지갑 개설을 완료했다. 공통 모듈을 사용하기 때문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서 색상이나 캐릭터 등에서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 큰 차이는 없었다.

시범 테스트 기간이기에 사용처는 한정적이다. 교보문고,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100여개 매장, 농협 하나로마트 일부 지점 등 오프라인과 현대홈쇼핑, 땡겨요 등이다. 가맹점으로 참여하는 회사는 발행처와 관계없이 모든 예금토큰을 허용한다. KB스타뱅킹에서 전환한 예금토큰으로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와 NH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결제할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닌다.
예금토큰 지갑을 개설한 앱에서는 '내 주변 사용처 보기' 기능으로 사용 가능한 가맹점을 위치기반으로 알려준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QR을 스캔하거나, 내 QR을 생성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를 위한 '전환' 절차도 매우 쉽다. 각 은행의 입출금계좌를 연계해 전환을 원하는 금액을 입력하면 예금토큰으로 바로 전환된다. 남은 예금토큰을 다시 현금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똑같이 간편하다.
세븐일레븐에서는 평소 사용하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와 같이 결제가 가능했다. 따로 '예금 토큰 결제'임을 말하지 않아도 바로 결제가 진행됐다. 다만, 계좌 연동인 만큼 현금영수증이 가능한데 이는 별도로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해 향후 고객정보 기반 자동 연계 서비스가 필수일 듯싶었다.

'땡겨요' 앱에서도 지난 9일 '예금 토큰'이 결제 수단으로 추가됐다. 어느 은행이든 상관없이 예금토큰 결제가 가능하다. 간편 결제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고, 예금토큰으로 땡겨요에서 금세 야식으로 먹을 퀘사디아 주문을 끝냈다. 시범 테스트 기간 진행하는 이벤트로 추가 적립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테스트 기간동안 신한SOL뱅크를 통한 인앱 방식에서는 예금 토큰 결제가 불가하고, 땡겨요 앱에서만 결제가 가능했다.
예금 토큰 결제는 다소 낯설게 다가오지만 단순 간편결제처럼 느껴질 만큼 결제 경험 장벽이 낮았다. 이미 바코드나 QR코드를 이용한 간편 결제 비율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오프라인 가맹점 연동성을 확보해 편의점 직원도 별도 포스(POS) 조작 없이 바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사용자 편의성은 아쉽게 느껴졌다. 현재 예금 토큰 지갑 접근과 결제에는 '비밀번호 입력' 방식만 가능하다. 얼굴인식,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 기반 간편 인증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 은행 앱 로그인 후 수차례 이어지는 비밀번호 입력은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공통 모듈로 차별화된 경쟁력이 부재한 점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단순 마케팅 요소가 아닌 사용자경험(UX)과 효능감을 고려한 서비스 개발 경쟁을 통해 예금 토큰 사회 정착을 유도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토큰 지갑 홈 화면 고정 메뉴 설정, 현금영수증 연동, 멤버십 적립 연동 등 다양한 기능 개발이 필요하다.
은행 관계자는 “시범 사업 기간으로 결제 가맹점과 앱 서비스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면서도 “향후 상용화될 경우 오랜 시간을 두고 가맹점 확대뿐 아니라 고객 피드백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사용자경험과 편의성에 집중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