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 등 한숨 돌려
반도체 품목 관세 지정 긴장
트럼프 “14일에 구체적 답변”
韓, 수출 의존 커 '발등에 불'

미국이 12일(현지시간) 스마트폰과 컴퓨터·반도체 장비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14일 반도체 관세를 발표하면서 해당 품목을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은 남은 상태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날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 공지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상호관세 품목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애플, 델, 엔비디아, TSMC 등 관련 기업도 한숨을 놓게 됐다.
해당 품목은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중국에 총 125% 상호관세를 부과한 미국이 대중국 협상을 위해 조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폰 수입에서 중국 비중은 81%, 컴퓨터 모니터는 78%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 관계에 첫 완화 조치로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완화와 관련한 첫 신호”라고 봤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핵심기술을 생산하는데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들 품목의 상호관세 제외가 품목별 관세 지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은 특정한 (다른) 관세에 포함될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칠 경우,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조항이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에 부과된 각 25% 품목별 관세는 이 조항에 따라 발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반도체 관세 관련 질문에 “월요일(14일)에 그에 대한 답을 주겠다. 우리는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방침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상호관세 발표 때도 반도체와 의약품 등은 제외했었다.
90일간 상호관세가 유예돼 시간을 벌었던 우리나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 1위이자, 대미 수출 2위의 주력 품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리나라가 포함된 '민감국가' 발효 또한 15일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민감국가 리스트에 우리나라를 포함시킴에 따라 지정 해제를 위한 협상에 나섰으나 15일 발효 전 해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민감국가 지정이 발효되면, 우리 연구자는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기 최소 45일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과 과학기술 교류협력에 걸림돌이 생기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이 연구개발이나 과학기술 등 교류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