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연구개발(R&D) 노동 유연화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반도체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국회는 17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의 주도로 반도체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을 찬성 180표 반대 70표 기권 3표 무효 5표로 가결했다.
이날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은 김태년 민주당 의원 등 48인이 제출한 법안이다. 핵심은 △국가 반도체위원회 설치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 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지원 의무화 △RE100 실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및 설치 비용 지원 △반도체산업지원기금 조성 및 지역 상생 협력 사업실시 등이 핵심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 18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짧게는 180일에서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민주당은 앞서 '반도체 R&D 노동 유연화'를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을 민생입법으로 규정하고 국민의힘과 협상을 벌여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탓에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의 분리 처리를 추진한 이유는 국민의힘의 '반도체 R&D 52시간제 예외 적용' 주장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초 반도체특별법이 논의되던 지난해 해당 조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기 대선 과정에서 그동안 긴밀하게 협조해온 민주당과 노동계를 갈라놓으려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고용노동부의 고시 개정으로 사실상 반도체 R&D 분야 주52시간제 노동 유연화'와 같은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된 만큼 반도체특별법에 해당 조항이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국민의힘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안정적 처리를 위해 조국혁신당과도 협의를 마쳤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 회동 이후 취재진과 만나 “반도체특별법 등 세 건의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에 대해 조국혁신당도 찬성하고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