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조원 투자 발표
ASML, 최근 화성부지 매각
“양사 협력은 계속 진행 중”
신속 설립·투자 효율화 모색
삼성전자와 ASML이 새로운 공동 연구개발(R&D)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당초 화성에 세우려 했던 R&D 센터를 취소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삼성전자와의 공동 R&D센터를 화성시에 건설하기로 했으나 이 계획을 취소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ASML은 R&D센터를 짓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74블록 일대 부지를 매입했다. 지난해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6필지(약 1만9000㎡) 규모 부지 매입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부지를 팔았다. 이미 2필지를 매각했고, 추가 2필지도 처분을 추진 중이다. 2필지가 남았으나 ASML은 남은 공간에도 삼성과의 R&D 센터를 세울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ASML은 2023년 12월 7억유로(약 1조원)를 함께 투자해 수도권에 극자외선(EUV)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ASML이 전 세계 유일하게 10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노광장비(EUV)를 만들기 때문에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제조에 EUV를 활용한다.
당시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한 경계현 사장은 네덜란드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 동탄에 공동 연구소를 지을 것”이라고 말해 화성시 R&D 센터 구축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프랭크 헤임스케르크 ASML 대외총괄부사장도 지난해 방한, 정명근 화성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중요 고객사로, R&D 시설 건립은 양사 기술 동맹을 돈독히 하고 국내 및 화성시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SML이 부지를 매각하면서 공동 R&D 센터 설립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연구소 설립을 위해 매입했던 땅까지 팔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사 협력에 이상 기류가 생겼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양사는 공동 R&D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새로운 장소와 협력 방안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첨단 반도체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 업체간 협력이 필수기 때문이다.
화성 외의 다른 장소에 공동 연구소를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새 부지에 건물을 올리고, 장비를 들이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신속하면서 투자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업장 내부에 R&D센터를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ASML 본사는 부지 매각 이유와 삼성과의 공동 R&D 설립 변동 여부에 대해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공동 연구소 취소는 사실이 아니며 양사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ASML의 부지 매각은 삼성과 무관하다며 양사 협력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