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올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데 약 4조원을 투입할 것이란 시장 분석이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보다 적은 3조35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SEMI(옛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공장 신설과 증설 등에 28억달러(약 4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장비 투자가 제외된 순수 건설비 전망치로, 전년(15억5000만달러) 대비 80.6%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SEMI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은 23억5000만달러(3조3500억원)로 추산됐다. 지난해(66억4500만달러)보다 64.6% 줄어든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반도체 공장 건설비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를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건설비가 삼성전자보다 많은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 외에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도 운영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투자비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올해 SK하이닉스 건설 비용이 삼성전자보다 많은 건 양사 투자 속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폭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대응을 위해 충북 청주에 M15X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11월 완공 이후 HBM용 D램을 양산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공장도 착공했다. 2027년 5월 완공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부지를 마련한 HBM 패키징 공장의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곳도 연내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 영향으로 평택 5공장(P5) 건설을 중단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구축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이 막바지 단계지만, 대형 고객사가 없어 가동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