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톺아보기] 〈3〉AI:대전환기 국가 리더십 '바로미터'

100~200조 투자 구상 '봇물'…정책 격전지 부상
본격적인 비교·검증 국면…공약 현실성 지적도

# 6·3 대선을 앞두고 인공지능(AI)이 대선 판을 뒤흔들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거대한 AI 투자 비전과 산업 전략을 내놓으며, 사실상 'AI기술 패권'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AI 공약은 단순한 산업 공약을 넘어, 기술 주권 확보와 국가 체질 전환이라는 거대 담론과 맞닿아 있다. 누가 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AI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를 두고 본격적인 비교·검증 국면에 접어들었다.

AI가 대선 핵심 의제로 부상한 데는 정치 불신과 경제 위기 속에서 '미래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념보다 실력, 정쟁보다 성과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면서 AI는 곧 '차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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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G3' 진입·'기술 주권' 강조…접근 전략에선 차별화


대선 주자들의 AI 공약은 대체로 'AI G3 진입' 또는 '기술 주권 확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제시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진보 진영 후보들은 정부 주도 혁신 생태계를 전제로 공공 역할을 강조한다. 이재명 후보는 'K-AI 국가전략'을 통해 AI 기본소득, 무료 AI 서비스(한국형 ChatGPT), AI 단과대학 설립, 병역특례 등 '기본사회' 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경수 후보는 민관 100조 공동투자, 정부의 리스크 부담, AI 파운데이션 모델 육성 등 공공 책임 투자의 체계를 강조했다. 김동연 후보는 'AI 자본 강국' 비전을 제시하며, 정책금융과 국가 재정 투입의 연계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민간 주도 모델을 강조하며 '시장 친화적 성장 전략'에 방점을 둔다. 한동훈 후보는 200조 규모 민관 공동 펀드 조성, '미래전략부' 신설, 'AI 전사 1만명' 양성 등 체계적 인프라·인재 투자를 강조했다. 또 '한평생 복지계좌'를 만들어 국가의 AI 투자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복지와 연계시켰다.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 기반 산업 전환과 인재 100만 양성을 앞세우며, 의료 등 사회 전반의 신뢰 기반 기술 확산을 공약했다. 나경원 후보는 'AI 주권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규제 제로화, 국산 NPU 생태계 조성, GPU 확보 등의 전략을 내놓았다.

홍준표 후보는 '초격차 기술 주도 성장'을 제시하며 5년간 AI·양자·초전도체 등 첨단 분야에 최소 50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신산업 게이트 프리'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는 AI 인프라 확대와 스타트업·벤처 중심의 성장 모델을 강조하며 'AI G3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후보는 AI 산업 세계 1위 국가를 선언하며 삼성급 100조 슈퍼기업 5개 육성, 전국 산업 클러스터 조성, AI·수학 등 100만 인재 양성 등을 내세웠다. '기술 기반 사회 대전환'이라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 투자 규모, 50조~200조원…재원 조달 및 공약 현실성 지적도

주요 후보들은 AI 투자 규모로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100조원, 한동훈 후보는 200조원, 홍준표 후보는 50조원을 제시했고, 김경수 후보는 100조원 민관 공동 투자를 공약했다. 나경원 후보는 10조원 이상 AI 인프라 확보를 천명했고, 안철수·양향자 후보는 수치를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인재·인프라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실현 가능성과 재정 조달 방안에 대한 물음표도 커진다. 특히 이재명·김경수 후보처럼 공공 주도 모델을 강조한 경우, 국가 채무 급증 우려와 사회복지 예산과의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한동훈·홍준표 후보는 민간 주도형 모델을 내세우지만, 세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만으로 실제 투자 유인이 생길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또 나경원 후보의 '규제 제로화' 전략의 경우 국제 기술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AI를 둘러싼 공약 경쟁은 단순한 산업 비전이 아니라 '국가 전환기' 리더십 검증 무대가 되고 있다. 각 후보가 어떤 국가 전략을,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AI 시대를 설계하려는지에 따라 유권자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AI 공약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질성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며 “단순한 AI 모델 경쟁을 넘어서, 딥시크 사례에서 보듯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한 체계적 접근과 더불어 각 산업에 AI를 깊숙이 이식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차원적 전략이 함께 담겨야 경쟁력 있는 공약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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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요 대선주자별 AI 공약 현황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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