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잭팟' 체코 원전 韓품에…'16년 만에 쾌거' 원전 생태계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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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한국 기업의 원전 수출 사례다.

30일(현지시간) 체코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을 7일에 체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체코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에 원전 2기(5·6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체코 정부가 추산한 사업비는 4000억 코루나, 한화로 26조원에 달한다.

한수원은 2009년 한국전력공사가 UAE 원전을 수주한 지 16년 만에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 원전 핵심 시장으로 불리는 유럽에 첫발도 내디딘다.

한수원의 체코 진출은 한국 원전 생태계에 훈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수원 컨소시엄에는 한국전력 그룹사인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다수 민간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난항 끝에 이뤄졌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17일,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됐다. 올해 3월 무난하게 본계약까지 성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재권 분쟁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원자로 기술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재권 침해이자 미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올해 1월 양측이 합의하며 분쟁이 종결되기 전까지 본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발목을 잡았다. EDF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상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체코 당국에 이의 신청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가 진정을 기각하고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최종 판단을 내리면서 걸림돌이 제거됐다.

이번 계약 체결로 추가 원전 사업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상황을 보며 테믈린 3, 4호기 신규 건설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테믈린 2기에 대한 구속력 있는 우선협상권도 보유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이 변수로 지목된다. 한수원은 지재권 협상 타결을 전후로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진행하던 원전 수주 활동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한전·한수원이 유럽 시장 진출에 있어 우선권을 웨스팅하우스 양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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