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비트코인 호재, 올해 14조달러 거래 '불장 ' 온다

업계, 현물 ETF 11년 숙원 해소
전자지갑 없어도 간편하게 투자
호재 반영 덜 돼 “더 오른다” 관측
주요 가상자산 종목도 동반상승
중장기적 1000억달러 자금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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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추이

가상자산 시장이 큰 호재를 맞아 들썩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상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함에 따라 대규모 유동자금이 유입될 환경이 마련됐다. 특히 ETF 발행자가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수세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의 유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전자지갑 혹은 이를 지원하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했는데, 앞으로는 제도권 금융사에서 손쉽게 투자 및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SEC의 결정으로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처럼 쉽게 비트코인을 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갤럭시디지털은 올해에만 관련 ETF 거래 규모가 약 14조달러(약 1경84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듬해에는 26조달러(3조4255조원), 3년째에는 39조달러(5경1382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승인을 획득한 ETF 상품이 11개에 달하는만큼 발행사 간 경쟁도 불붙고 있다. 특히 블랙록, 아크인베스트먼트는 계속된 수정안을 통해 공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제안 중이다. 자산규모가 큰 블랙록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출시 초기 수수료를 아예 면제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왜 10년이나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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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주요 일지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S&P 500, 코스피 200을 포함한 주가지수 혹은 채권지수를 추종한다. 소액으로 종목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효과가 있고, 금·은·구리 등 다양한 원자재에 간접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ETF도 있다.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는 엄연히 따지면 현물이 아닌 신탁상품이다. 블랙록은 해당 상품에 대해 코인베이스의 커스터디(신탁)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격 책정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물 시장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 상품 출시는 가상자산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지난 2013년 윙클보스 형제(가상자산거래소 '제미니' 공동 창업자)의 시도가 첫 번째다. 하지만 SEC는 '사기 우려 및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여러 차례 승인을 거부했다.

이후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기존 신탁형태로 운영하던 비트코인펀드를 현물 ETF로 전환하기 위해 수년간 도전했으나 SEC는 이 역시 매번 부결시켰다. 이 와중에 프로셰어즈는 2021년 비트코인 '선물'을 기초로 하는 ETF 출시 승인을 받았고, 그레이스케일은 이듬해 SEC가 현물과 선물에 대한 이유없는 차별조치를 행하고 있다며 고소하기에 이른다.

현물 ETF와 달리 선물 ETF는 상품이 승인될 때 시장에서 현물을 매입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비트코인 현물 대비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장조작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거래소마다 가격이 상이한 현물 대비 가격 산정과 평가가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에 시장진입 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컬럼비아주 법원은 SEC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줬고, 해당 판결은 이번 현물 ETF 승인에 큰 힘을 실어주게 된다.

◇금가 “아직 호재 반영 덜 됐다…비트코인 더 오를 가능성 있어”

SEC의 비트코인 승인 발표가 난 직후 주요 가상자산 종목 대다수가 일제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26개월만에 6500만원을 돌파했고 이더리움 역시 향후 ETF 출시가 기대되는 만큼 10%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8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만 최대 1000억달러(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중장기적으로 총 1000억달러 자금 유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첫 6개월에 600억달러 유입도 가능하다고 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점도 일종의 혁신이며, 현물 ETF로 인해 수급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뉴스, 자산운용사들의 광고, 거래량 및 자금 유입 뉴스, 주요 기관투자자의 ETF 투자 뉴스, 비트코인 반감기 등은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며 자금 유입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으로 유입이 늘어나면 국내 블록체인 사업 역시 활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두나무 관련주로 분류되는 우리기술투자는 전날보다 29.98% 오른 8020원, 한화투자증권도 29.99% 오른 44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가상자산 위믹스(WEMIX) 관련사 위메이드, 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 플레이 역시 코스닥 시장에서 전날 대비 4~6%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비트코인 ETF 상장 승인은 가상자산이 제도화 그리고 대중화된다는 것으로, 위메이드가 사업하기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코인에 대한 관심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유틸리티 코인인 위믹스의 사업 성공 가능성과 파급 효과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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