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LCD 불황, 반등 기미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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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 월드컵 특수 등으로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주요 패널사가 월드컵을 앞두고 가동률을 오히려 줄이며 조정했지만 패널 가격은 하락했다. 패널 시장 성수기인 3분기에 반등할 여지가 있어도 이런 추세면 낙관하기 힘들다.

6일 업계에 따르면 5월 패널 가격이 4월에 이어 하락했고, 6월에도 큰 변화 없이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특수와 하반기 계절성 성수기를 앞두고 TV업계가 패널 재고를 축적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당초 LCD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3분기부터 반등하는 크리스털 사이클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존 흐름을 이탈해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기간이 이어짐에 따라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의 LCD TV 패널 가격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후반기 TV 패널 평균가격은 187.4달러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5월 후반기 기준 1월 평균 가격은 220.1달러였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 4월 하순에 200달러대가 무너지면서 197.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패널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TV 세트 제조사는 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등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세계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7.9% 늘어난 5060만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LCD TV는 7.5% 증가한 5010만대, OLED TV는 115.8% 늘어난 47만대를 각각 달성했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남미 지역의 TV 출하 대수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패널 시장에는 온기가 돌지 않는다. TV 출하량이 늘었지만 패널 가격 하락세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대만 패널사가 가동률을 하향 조정해 패널 가격 방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가시성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TV 업계가 성수기를 대비해 재고를 축적해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BOE 10.5세대가 가동을 시작했고 중국에서 새로운 8세대 팹도 가동하고 있어 LCD 패널 수급이 넉넉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진한 IHS마킷 이사는 “BOE 10.5세대 팹에서 출하되는 물량이 공급 과잉을 심화시킬 정도로 많지는 않다”면서 “현재 TV 세트사의 느긋한 움직임과 패널사 위축은 실제 변화보다 심리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시장 환경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LCD 공급 과잉이 계속 우려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BOE 10.5세대 가동률이 향상될 수 있고, 내년에는 차이나스타의 첫 10.5세대 팹도 가동을 시작한다. 한국과 대만이 가동률을 낮췄지만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서 가동률을 조정하지 않으면 전체 패널 생산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내기 힘들다. LCD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진한 이사는 “TV 수요가 폭증하지 않는 한 패널 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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