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독한' 애플

애플과 거래한 부품업체 관계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애플은 세계 어떤 기업보다 지독하다는 것이다. 부품업체 입장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단가를 관리,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다. 또 다른 의미에서 지독한 건 그들의 전문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플은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제 부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회사보다도 더 공정 과정을 잘 안다. 기술에 해박한 개발자도 많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런 전문 인력을 배치하다 보니 공급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애플과 함께 부품을 개발한 관계자는 “머리가 하얗던 한 기술자가 있었다. 그가 지적한 문제점은 한국 연구실에서 결코 보이지 않던 것이었다”면서 “개발에 진척이 없을 때 이런 방법을 써 보라고 권유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은 배터리 소재까지 하나하나 지정해서 제조를 요청할 정도로 철저했다”고 전했다. 현직 기술자 눈에 띌 정도인 것만 봐도 애플이 왜 잘나가는 기업인지 짐작이 간다.

기술자가 기술을 파고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애플 문화가 부럽다. 국내 업계도 최근 우수 기술자가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기술자를 우대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전문성보다 근무 연한을 중시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술자가 아닌 관리자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결말을 맞는다. 기술자가 전문성을 살려서 회사,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고 정당한 대우도 받는 선순환 환경이 국내에도 조성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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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7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팀 쿡 애플 CEO(출처: 애플)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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