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하면 디스플레이를 떠올린다. 휴대폰을 중심으로 적용 사례가 넓어지고 TV 시제품들이 눈에 익은 영향이다. 하지만 해외에선 OLED조명에 더 관심을 갖고 주도권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OLED조명이 친환경 미래 기술인데다, 거대 시장성 때문이다.
◇왜 OLED조명일까=세계 조명 시장은 지금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다. 130년 역사의 백열등이 퇴출을 앞두고 있어서다.
미국은 오는 2012년부터 100W급 이상의 백열등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40W급 이상에도 적용, 사실상 모든 백열전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앞서 2009년부터 100W급 백열전구 판매를 금지했으며, 내년에는 와트에 상관없이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중국은 2017년까지 백열등을 퇴출할 계획이다. 백열등이 빠진 자리, 바로 이 빈자리를 차세대 조명들이 채우려는 것이다.
차세대 조명 기술로는 먼저 LED조명이 있다. LED는 이미 상용화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보급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차세대 조명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OLED가 그 뒤를 쫓고 있다. OLED는 면(面)광원이라는 점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전면이나 후면 등 표면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에 거울이나 유리창, 벽면 등을 조명으로 꾸밀 수 있다. 건물 외벽 또는 유리창이 조명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OLED조명은 기존 조명들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조명 응용 분야를 만드는, 신시장 개척이 가능한 기술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OLED조명 산업 분석에서 “면광원이라는 OLED의 특성은 조명 용도로서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거대 시장 진입 준비=세계 조명 시장 규모는 약 1130억달러(2008년 기준)에 이른다. 연평균 5.4%의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OLED조명은 바로 이 세계 조명 시장을 겨냥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디테크이엑스(IDTechEx)에 따르면 OLED조명은 2012년에 백열등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모든 조명분야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높은 가격으로 인해 고급 스탠드 등 고가 제품 위주로 채택이 예상되지만 2012년부터는 OLED를 이용한 옥 내외 조명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0년에는 LED 조명과 함께 모든 조명 시장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도권을 잡아라=상용화에서 가장 앞선 LED도 보급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가운데 OLED조명 시장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지만 유럽과 일본 주요 기업들은 이미 기술 확보와 함께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엔 글로벌 조명 기업들이 빠짐없이 가세해 주목된다.
세계 1위 조명 기업인 필립스는 2012년 말 OLED조명의 주류 시장 진입을 목표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이 회사는 최근 4000만유로를 들여 독일 아헨에 대규모 OLED 양산 공장을 마련 중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필립스의 OLED 생산 규모는 현재의 10배 이상 늘어나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스 측은 “현재는 OLED조명을 웹사이트를 통해 소량 판매하고 있지만 아헨 공장을 가동하면 이제 가전 매장이나 상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년 전통의 오스람 역시 파일럿 라인을 준비하고 OLED조명을 생산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시험 라인인 만큼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본격적인 상용화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GE, 코니카미놀타, 루미오텍 등 글로벌 조명 기업들 또한 2011~2012년 양산라인 가동을 예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LG화학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OLED조명을 연구, 개발 중이며 LG화학이 가장 앞선 곳으로 꼽힌다.
LG화학은 2013년 양산을 목표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OLED조명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지식경제부 ‘OLED 조명 사업화 기술개발’ 프로젝트 주관 사업자로 참여하는 등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LG화학이나 SMD도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글로벌 조명 업체들과 비교해선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박종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오스람, 필립스, GE 등은 OLED를 차세대 조명으로 정하여 일찍부터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며 “조명 산업의 무역 역조가 심화된 상황에서 차세대 조명으로 부상 중인 OLED조명에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