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LED 조명]100년만의 기회...조명 패러다임 대전환

 1879년 12월 3일 미국 뉴저지주 멘로파크 연구소. 캄캄했던 공간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한 세대를 뛰어 넘는 최고의 발명품, 백열전구(필라멘트)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전기로 빛을 내는 이 새로운 광원(光源)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냄새나 그을음은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할 때 언제든 켜고 끌 수 있었다. 단순했지만 인간의 활동을 밤까지 연장하며 모든 걸 바꿔 놓았다. 독일의 역사학자 에밀 루트비히는 백열전구를 두고 이렇게 기록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발견한 이후 인류는 두 번째 불을 발견했다. 인류는 이제 어둠에서 벗어났다.”

 ◇한 세대를 풍미한 백열전구의 퇴출=백열전구는 19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무려 100년이 흐른 지금도 유럽이나 미국 가정에서는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백열등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다. 인류 두 번째 불이 에너지 비효율 상징으로 지목되면서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백열등의 광원 효율은 형광등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는 같은 전력량으로 형광등 1개가 백열등 5개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밝기라면 형광등을 쓰는 것이 백열등을 쓰는 것보다 전력량을 80%나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자원 고갈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백열등은 자연스럽게 더 이상 사용해선 안 될 금지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미국은 오는 2012년부터 100W급 이상의 백열등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40W급 이상에도 적용, 사실상 모든 백열전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이보다 앞서 2009년부터 100W급 백열전구 판매를 금지했으며, 내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백열전구 판매를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을, 중국은 2017년까지 백열전구를 퇴출할 계획이다.

 ◇왜 LED조명인가=백열등 퇴출 외에도 오랜 과제인 화석 연료 고갈 문제,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 지연 등의 이슈가 한 데 겹치면서 각국 정부는 고효율 조명을 장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조명이 세계 전력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는 주 소비원이기 때문이다. 조명을 빼고서는 에너지 문제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에서 각국 정부, 그리고 산업 주체들은 LED조명에 주목했다. LED조명은 기존 광원에 비해 소비전력이 획기적으로 낮다. LED조명은 백열전구보다 84~88%의 전력을 절감한다. 할로겐램프와 형광등에 비해서도 각각 80~89%, 25% 전력을 적게 소비한다. 여기에 수명도 길고 수은·납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세계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및 녹색성장 정책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ED조명은 새로운 100년의 전기시대에 확실한 제5에너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년만의 기회, 글로벌 경쟁=세계 조명 시장은 오스람, 필립스, GE 3개 기업이 주도해 왔다. 이들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조명 산업 및 문화를 창출하면서 50% 이상을 과점했다.

 하지만 LED라는 광원이 부상하면서 판이 흔들리고 있다. LED는 빛을 내는 반도체다. 제조 공정이 일반 반도체와 유사하다보니 반도체를 다룬 전자 회사들에도 사업 기회가 열린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LED 조명 시장은 올해 46억달러에서 내년 120억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2015년 290억달러, 2020년에는 101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간 300~400억달러 수준의 세계 D램 반도체 시장과 필적할만한 신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LED조명은 그야 말로 현재 산업 판도를 뒤 엎는 대전환점에 있다.

 필립스, 오스람, GE와 같은 전통 조명 업체 외에도 삼성, LG,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등이 LED조명 시장에 가세,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월 독일 오스람이 미국과 독일 법정에 삼성과 LG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고 국내 기업들이 즉각 맞소송으로 대응한 건 패러다임 변화를 시작한 조명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내 LED조명 시장은 기존 백열등과 형광등 모두를 LED로 교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2조3000억원 규모다. 이는 세계 시장 대비 2~3% 수준으로 작다.

 하지만 정부가 ‘2060(2020년까지 국가 전체 LED조명 보급률 60% 달성)’ 등을 통해 적극적인 LED조명 보급 정책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삼성, LG, 포스코, 동부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했고 외국 기업들 역시 올해를 LED조명 사업 원년으로 선언하며 국내 조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일반 가정을 상대로 하는 B2C 시장에 올 들어 1만원대 제품이 각 기업들마다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그야말로 불이 붙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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