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출용신형연구로(기장연구로)가 8월 말 기장에서 착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한다. 기장연구로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고 해외로 수출하게 될 연구용 원자로다.
우리나라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해외에서의 생산이 원활하지 못할 때마다 국내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을 빚어 왔다. 원자핵의 에너지가 들뜬 상태인 방사성동위원소는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오면서 특정 방사선을 방출한다. 최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정밀 진단기술과 표적치료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최첨단 의료기술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안정적 공급이 꼭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이용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80%는 테크네튬인데 이를 만들어내는 모핵종인 몰리브덴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산할 수 있다. 기장연구로 몰리브덴 생산용량 전부를 생산할 경우 세계 수요 20%를 공급할 수 있다. 물론 기장연구로는 몰리브덴뿐 아니라 치명률이 높은 소아암(신경모세포종) 치료제인 'I-131 mIBG' 공급을 확대하고 신약평가용 방사성 탄소(C-14) 표지화합물과 치료핵종인 스칸듐(Sc-47), 세슘(Cs-137) 등 생산기술을 확보할 것이다. 원료 및 완제 방사성의약품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기술 또한 크게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 유일의 연구로인 '하나로'는 1985년 건설을 시작했다. 30년이 지난 2022년인 지금 건설되는 기장연구로는 새롭고 진보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연구로다. 이를 국내 기술력으로 설계·건설해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면 세계 여러나라에 연구로를 수출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원자로 핵심은 핵연료인데 기장연구로에서 세계 최초로 실증되는 우라늄-몰리브덴(U-Mo) 핵연료는 기존 연구로용 핵연료를 뛰어넘는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어 향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021년에 세계 최고 권위 미국핵의학분자영상학회에서 '올해의 국가'에 선정될 정도로 지난 20여년 동안 핵의학 연구 강국으로 발돋움해왔지만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이 미약해 핵의학 산업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기장연구로가 들어서게 될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의 경제적, 사회적, 과학적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산업단지 내에 함께 구축되는 동위원소활용연구센터는 무담체 루테튬(Lu-177)과 홀뮴(Ho-166) 등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테라노스틱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표준화 기술을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표적치료제 원료의약품의 국내 공급이 가능하도록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우리나라의 난치병 환자들이 방사성동위원소 표적치료와 테라노스틱스 진료를 받기 위해 해외로 가는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 점이다.
기장연구로가 착공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한 건설허가 심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2016년 9월 경주에서 우리나라 지진기록상 최대 지진이 발생했고 다음해 11월에 발생한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발생원이 지표면에 더 가까웠다.
이들을 반영해 건설 부지 안정성을 재해석하는데 추가 시일이 소요돼 결국 건설허가는 당초 계획보다 2년 반 늦게 이뤄졌다. 이러한 진통을 극복하고 착공되는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용 기장연구로는 국민의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축적된 핵의학 연구성과가 핵의학 의료산업으로 연계돼 관련 산업 글로벌화도 기대된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건설에 착수하는 원자력 시설이 국민 의료복지에 초점을 맞춘 기장연구로인 점도 오는 8월 말 착공식의 또 하나의 의미다.
민정준 대한핵의학회장 jjminm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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