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국내외 다양한 리스크 속에서도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성장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투자 심리 회복에 따른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가 현실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기업 최초 연 매출 4조원 시대를 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2169억원, 영업이익 3585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5%, 영업이익은 61.9%나 성장한 수치다. 4공장 램프업(가동률 상승) 작업과 대형 고객사 수주 등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액 9945억원, 영업이익 2497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4.9%, 영업이익은 15배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가 해소되고,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도 미국 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판매가 증가하며 1분기 매출 1579억원, 영업이익 324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5%, 영업이익은 210%나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상위 제약사들도 1분기 호실적을 예고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1분기 매출액 5000억원(5196억원) 돌파가 유력하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배 이상 늘어난 280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허가 등 연구개발(R&D) 투자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는데, 올해 1분기는 렉라자 처방이 확대되며 예년 수준을 회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도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 출시한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 매출이 1분기에 본격 반영되며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회사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4161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16.6%,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대웅제약도 위식도질환 치료제 '펙스클루',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3대 주력 제품이 꾸준히 선전하며 올해 1분기 매출 3593억원, 영업이익 297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25.2% 증가한 규모다.
제약·바이오 업계 실적 개선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외사업 성과와 비용절감 등 내부 노력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와 의정갈등, 비상계엄, 탄핵 등 리스크 속에서 해외서 혁신 의약품·서비스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든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글로벌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하반기 시장 전략을 세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을 주력시장으로 하는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1분기는 특별한 실적개선 이벤트가 있었다기보다는 혁신신약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해외시장에서 성과가 지속된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인하를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