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케어텍이 홍우선 대표 취임 후 핵심 보직 임원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창립 이래 첫 비 의료 분야 전문경영인을 발탁한데 이어 핵심 임원진마저 외부 인재로 물갈이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케어텍은 지난달부로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재무책임자(CFO), 국내·해외사업총괄 임원 모두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달했다. 대신 통신, 의료, 소프트웨어(SW) 기업 출신 등 외부에서 임원을 채용, 이달부터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임원은 각각 연구개발(R&D), 재무·마케팅, 국내·해외사업을 총괄하던 상무급 이상 임원이다. 회사 살림은 물론 영업, 미래 먹거리까지 책임지던 임원이 동시에 교체됐다.

새로 합류한 임원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비 의료 분야 출신이다.
R&D 총괄 연구소장에는 11번가 CTO 출신 김지승 상무가 선임됐다. 11번가에서 AI, 빅데이터 등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된 쇼핑경험 구축을 주도했다.
영업 파트에선 인피니티코리아 출신 박성민 전무가 국내사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박 전무는 인피니티 코리아에서 의료영상정보솔루션(PACS) 국내·해외 영업을 총괄했었다. 한글과컴퓨터 부사장을 역임한 최형우 전무는 이지케어텍 해외영업 총괄 임원으로 영입됐다. 박 전무가 국내 병원 시스템통합(SI)·시스템관리(SM)를 총괄한다면 최 전무는 미국, 일본 등 해외 병원 사업을 책임지게 된다. CFO에는 언론인 출신 강종구 상무가 선임돼 미래전략실을 이끈다.
업계에선 이지케어텍의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성이 중요한 의료IT산업에서 핵심 요직 임원을 대거 외부 수혈한 것은 모험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홍우선 대표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인적쇄신과 조직개편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대표는 이지케어텍 창립 이래 처음으로 비 의료인 금융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다. 진입장벽이 높았던 의료IT 영역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됐다.
약 3개월 간 업무 파악을 마친 홍 대표는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형태의 병원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넘어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을 접목한 상용 솔루션, 플랫폼으로 진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외부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 임원진 물갈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홍 대표의 첫 인사에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물러난 임원 대부분이 20년 가까이 이지케어텍에 근무하며 인적 자산으로 성장했는데, 갑작스럽게 내치는 것은 사업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외부 인사가 회사 요직에 앉으면서 조직원들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 대표체제에서 클라우드 EMR 등 기존에 약했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위해선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일각에선 회사에 충성했던 임원들이 한꺼번에 퇴사하면서 직원들 불안과 불만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