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권 줄타기·저자세 외교 비판
중국 의존 벗어나 '친미 외교' 방점
尹, 9개국과 정상회담 개최 예정
원전·반도체 등 경제협력 추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 외교 기조가 변화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패권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고수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확연하게 미국 쪽에 섰다. 동맹의 재건을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세계질서 재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취임 10여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그 시작을 알렸다면,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 정부의 친미 외교 기조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만족감을, 중국은 불쾌함을 내비쳤다.
◇중국 의존 탈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우리나라 외교 정책 기조를 미국과의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너무 저자세 외교를 펼쳤다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증진, 이른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정권 최대 과제로 꼽아 추진하면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강경한 기조를 갖고 있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달래는 것이 아닌,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는 물론 대북정책에서도 중국에 크게 의존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경제 부문에서도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 공포감이 줄었다. 한한령(限韓令)은 중국의 봉쇄정책 등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서 우리에게 예방접종이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소재·부품·장비 자립에 영향을 미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미국과 동남아 경상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과, 중국에 경제보복을 당한 호주가 미국 중심의 동맹 편에 서면서 사실상 중국을 무력화시킨 것도 우리 외교 정책 기조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블록화된 세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세계는 공급망 대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됐다. 중국이 방역을 이유로 도시를 봉쇄하고 러시아는 전쟁을 이유로 자원 등을 무기화하면서 세계화는 동력을 잃었다. 정치·지리·언어·문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 블록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방한에서 “한국처럼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 함께 공급망 회복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등 기술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 정책 발표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 정상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자유 등 핵심 가치를 토대로 진화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공고화'에 합의했다.
◇경제도 안보도 美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나라가 가져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기조를 벗어나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중심 경제안보 동맹의 일원으로서 다자외교무대에 복귀하는 우리나라는 체코와 폴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루마니아, 프랑스, 영국 등과 원전 수출, 반도체, 방위산업, 재생에너지 등 경제안보 협력을 논의한다. 나토 정상회의 본 행사인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담, 나토 사무총장 및 스페인 국왕 면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간담회도 이뤄진다. 공급망, 수출 등 경제외교에 방점을 두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들 국가의 광범위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목표다.
또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 강화'를 천명한 만큼, 반중, 반러시아 기조의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 목소리도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포괄적인 안보 차원에서 회원국 및 파트너국과의 네트워크 확대·심화를 위해 (나토 정상회의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반중·반러 정책으로의 대전환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