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위 정책결정에 영향 우려
감사관실·인사처 '교체 권고'
고 의원 “10년간 거래 전무
투기목적 아닌 상징적 자산”
이해충돌 기준 적용 문제 제기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재산신고 과정에서 드러난 삼성전자 주식 문제로 국회 상임위원회 교체 압박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활동해 왔다. 경제·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면서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10일 정가에 따르면 국회 감사관실과 정부 인사혁신처는 최근 고 의원의 주식 보유가 산자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해충돌 우려를 이유로 상임위 교체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내에도 고 의원의 상임위 조정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권고 사안이긴 하지만 국회 윤리위 경고나 법원의 과태료 처분 가능성이 있어 상임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의원실 입장이다.
고 의원은 “10년동안 사고 팔지도 않은 주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 배제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27일 공개한 2025년 국회의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에 따르면, 고 의원은 본인 명의로 삼성전자 주식 4만8500주, 배우자 명의로 1만3433주 등 총 6만1933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고 의원은“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회사 요청으로 매입한 것으로, 1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거래한 적 없는 '상징적 자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이라면 아파트나 땅이 있는 의원은 국토위에 못 가고, 농지가 있으면 농해수위에도 못 가는 셈”이라며 “국회 재임 중에는 백지신탁하겠다는 서약까지 냈으나,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상장주식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갤럭시 신화'를 쓴 삼성전자 사장 출신으로 국힘에 영입됐고, 강남구병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당에서는 그의 전문성을 살려 산자위에 우선 배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비경제 상임위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의 경우, 반도체 등 제조업은 물론 국방·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사실상 '비연관 상임위'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고 의원은 “이해충돌 심사 기준이 보다 실질적인 거래 내역이나 투자 목적을 중심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회의원들 가운데 반도체·IT 업종 주식 보유 사례는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회의원 및 그 배우자 중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식을 10주 이상 보유한 이들이 10여명에 이른다. 일부 의원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고 엔비디아 등 해외 기술주로 갈아타기도 한 사례도 확인됐다. 고 의원은 출신 기업의 단일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이들과는 차별화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 의원 뿐 아니라 안철수 의원도 같은 이유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비경제 상임위만 돌고 있다. 안 의원은 '안철수연구소(안랩)' 창업자로 안랩의 주식 18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해충돌 기준의 적용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투기 목적의 자산 보유와 상징성 있는 장기 보유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면,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의 활동 공간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국회의 신뢰를 위해 제도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융통성과 현실성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