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R&D 투자 확대”…과기계 달래기

과학의날 정책 발표·현장 행보
이재명 “예산 퇴행 바로잡을것”
안철수·한동훈 尹 정부 선긋기
인재양성 등 정책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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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17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AI 기반 무인체계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요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약속하며 과학기술계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모든 대선주자들이 '선 긋기'와 함께 예산 확대 경쟁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함께 과학기술이 이번 대선의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

21일 '과학의날'을 맞아 각 당의 주요 대선주자들은 정책 비전 발표와 현장 행보 등을 통해 과학기술 육성 의지를 경쟁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대선에서 2030 청년층과 중도층 표심 잡기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첨단기술 투자와 인재 양성·기술주도권 확보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퇴행한 R&D 예산 기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윤석열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기술 패권 시대에 과학기술은 국가 존립의 핵심”이라며 AI·반도체·이차전지·미래차 등 전략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총지출 대비 R&D 예산 비중이 4.4%에 불과하다”며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도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견제에 나섰다. 그는 “100조, 200조 외친다고 기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앞선 이재명·한동훈 후보의 인공지능(AI) 대규모 투자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행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안 후보는 △AI 세계 3강 진입 △GDP 대비 R&D 투자 비중 5% 달성 △과학기술 인재 100만 명 양성 등을 담은 '5대 초격차 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같은 당 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후 포스텍에서 열린 '2025 대학생 과학기술정책포럼'에 참석해 청년 과학기술인들과 직접 소통했다. 한 후보는 “R&D 삭감은 잘못된 정책이었다”며 “과학기술 종사자에 대한 존중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방향을 세우고, 과학기술인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200조원 투자' 공약을 제시한 한 후보가 실제 상세 정책 설계에 있어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포럼에는 DGIST, GIST, UN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 학생 200여명이 참석했다.

같은 당 양향자 후보도 “과학의 중심에 국가를 세우고, 과학자가 박수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연구실이라는 전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과학기술인을 추켜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030 청년층의 이공계 민심이 이번 대선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정책이 과기계 뿐 아니라 청년 세대의 정부 불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곽노성 연세대 글로벌인재대학 교수는 “2030 청년 이공계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첨단기술국가를 이끌 리더십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며 “무조건 예산만 늘리는 접근보다는, 마음 놓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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