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의 의료실손보험(이하 실손보험) 약관의 모호한 규정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실손보험 약관을 전면개정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비영리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15일 서울 종로구 가든타워 10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손보사 실손보험 약관은 모호한 규정이 많아 평균적인 고객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가구원의 비율은 86.9%이다. 즉 가구원 중 민간의료보험에 평균 2.7명이 가입된 셈이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로 인해 가계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실손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비자주권은 이와 같은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의 모호한 규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계현 소비자주권 사무총장은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할 때 보험금을 청구해도 약관의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 보험료 지급과 부지급 문제로 인한 분쟁이 빈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주권은 14개 손보사의 실손보험 약관을 4개 항목(보장성, 명확성, 평이성, 공정성)별로 평가를 실시했다.
우선 가장 낮은 점수는 AIG손해보험의 '무배당 AIG다이렉트 참쉬운건강보험'이었다. 무배당 AIG 참쉬운건강보험의 경우 약관 서두에 가입자 유의사항, 주요내용 요약서 및 용어해설을 기재하지 않았으며, 약관 내용 중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계약내용을 통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험계약자 권리사항 및 유의사항도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약관평가에서 가장 좋은 평가가 나온 보험사와 보험은 DB화재보험(내생애첫건강보험), 더케이손해보험(무배당 THE·K가족사랑 건강보험), 한화손해보험의(한화실손의료보험갱신형Ⅱ) 등이었다.
오동형 변호사는 “국내 손보사 실손보험 약관은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 '정당한 이유 없이' 등 문장의 이중부정을 사용하며 추상적이고 모호한 규정으로 보험실무상 보험사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의 소지가 가능한 조항들이 다양하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질병과 상해로 인한 보장성 목적이라는 소비자의 편의가 아니라 아직도 보험금의 지급에 보험사의 우월적이고 자의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보험약관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고, 일부 약관은 시급한 개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역설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에도 질병보험약관의 경우 의학적인 용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보험설계사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용어·상품 교육 강화를 위해 보험사를 철저히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 소비자감시팀장은 “연세가 있는 사람들이 보험가입을 할 때 현재 약관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때 그 약관을 읽어보고 청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과도하게 세분화된 특약 약관은 합치고, 고객이 중요한 내용은 바로 숙지할 수 있도록 한 장 분량으로 상품 약관을 요약하는 등 보험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