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남미 최대 제약사 중 하나인 유로파마와 미국 내 조인트 벤처(이하 JV)를 설립한다. 이번 JV 설립은 SK바이오팜이 북미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기자간담회에서 “뇌전증 환자의 진단과 예방을 위한 약품, 의료기기까지 전 주기에 들어가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약사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IT기업들이 시도했지만,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았지만, 세노바메이트 판매로 데이터를 가진 우리는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과 유로파마는 2022년부터 SK바이오팜의 혁신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중남미 지역 출시를 위해 협력해왔다. 양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력과 경험을 융합해 북미 시장을 겨냥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JV를 설립한다.
이번 JV는 SK바이오팜이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뇌파 분석 AI 기술과 뇌파 측정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AI 기반 뇌전증 관리 솔루션'의 상용화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솔루션은 뇌전증 발작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의료진에게 데이터 기반의 최적 치료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강화해 뇌전증을 예방할 수 있게 돕는다.
JV는 환자와 의료진, 병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해 디지털 환경을 제공하는 환자 접점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환자의 건강 관리와 치료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지원하고 의료진에게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진단과 처치가 가능한 이 플랫폼은 양사의 약물 파이프라인과 시너지를 이룬다. 신경계 및 만성 질환 관리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연평균 25% 성장이 전망된다. AI를 활용한 진단, 예방, 관리 영역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또 이번 JV의 주요 사업인 '원격 뇌전증 치료 시장'은 2032년까지 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북미 시장은 세계 시장의 약 47%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이다.
이 사장은 “유로파마라는 JV 파트너와 뇌전증 발작을 예측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는게 핵심”이라며 “뇌전증 환자는 밤에 발작이 일어났을 때 누가 옆에서 대응해주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이 높은데, 솔루션이 개발되면 발작이 언제 오는지 예측해서 바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파마는 중남미 지역의 주요 제약사로 다년간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해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JV에서 유로파마는 사업 전략 수립과 AI 학습 데이터 확보에 적극 기여하며, JV가 북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이번 JV를 설립하게 한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인 제로(ZERO)와 AI 기반 신약 연구 개발 플랫폼인 허블(HUBLE) 플러스의 두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로는 JV 등을 통한 기술 고도화 및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블 플러스는 SK바이오팜의 신규 R&D 모달리티인 RPT와 TPD 분야의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