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오는 2027년부터 병원 규모를 분리해 의료질 평가를 실시한다. 종별 분리 평가에 대한 요구가 커진데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까지 맞물리며 제도 시행 10년 만에 전면 개편에 나섰다.
12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달 열리는 의료질평가 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종별 평가를 분리하는 체계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연구용역도 병행해 심의위원회 결과 등을 종합해 제도 개선을 확정한다.

2015년 첫 시행된 의료질평가는 전국 300여개 대형병원(상급종합·종합병원),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질과 환자안전,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수련교육 등 55개 항목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평가결과에 따라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지원금을 배분한다.
정부는 올해 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했던 체계를 종별에 따라 구분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병원 규모와 역할, 환자가 엄연히 다른데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르면 연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3개 종별에 따른 평가지표와 방식, 보상체계 등 분리 평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료계 등 의견수렴을 거쳐 평가지표를 공개, 이르면 2027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질평가 개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 제도가 선택진료제도 폐지에 따른 보상책으로 시행됐는데, 주 적용대상인 상급종합병원에 맞춰 평가지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의료질평가 결과 상급종합병원 95.5%는 1~2등급을 받았지만, 종합병원의 78.4%는 4~5등급 혹은 등급제외 결과를 받았다.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해 인력, 환자, 시설 등이 최대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이들에 맞춰진 평가지표로는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공정성과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된 이유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의료개혁 정책도 의료질평가 체계 개편 필요성을 높였다. 구조전환 사업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희귀질환자 중심 진료와 수술 기능이 대폭 강화되면서 평가항목 역시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갖는 종별 고유 기능에 따라 평가 체계는 물론 보상까지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의료질평가 지표는 2년 전에 공개가 됨에 따라 개편을 확정할 경우 빨라야 2027년에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정부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분리 평가 방식은 바람직하되 지원 규모 확대와 수가 격차 해소 등 기존 문제점 해소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10년이 됐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평가 체계를 개편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지원 수가가 2배 이상 차이 나는데 이 격차를 해소할 방안과 전체 지원금 규모를 늘리는 것 역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