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월간 의약품 소매 판매액이 사상 최초로 3조원을 돌파했다. 독감, 노로바이러스 등 유행에 따른 의약품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의정갈등, 전염병 등으로 장기처방 환자가 지속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 의약품 소매 경상금액(판매약)은 3조1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6033억원 대비 20.4% 증가했다. 종전 월간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던 2024년 12월(2조7625억원)보다 13.5% 증가하며, 통계 집계 이래 처음 3조원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의약품 소매시장은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의정갈등 이후 대형병원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장기처방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 4분기까지 매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 연간 판매액도 처음 30조원(31조2367억원)을 돌파했다.

겨울철 유행병인 노로바이러스 환자도 유독 증가했다. 전국 210개 장관감염증 표본감시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신고된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속 증가, 1월 25일까지 469명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규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 노로바이러스 등 겨울철 유행병 환자가 크게 늘면서 약국의 의약품 수요도 늘어 전반적인 소매시장 확대를 주도했다”면서 “전염 우려로 병원을 회피하거나 의정갈등으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가 많아 장기처방이 늘고 있다는 점도 의약품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들어 독감, 노로바이러스 등 겨울철 유행병은 주춤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의약품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환자는 지난해 8월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3월 들어서면서 다시 늘고 있다. 특히 개학시즌을 맞아 실외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재유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약업계는 약국 판매 의약품 수요가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의정갈등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 경우 올해 국내 사업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한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소매시장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높은 전문의약품 시장은 침체됐다. 항암제 등 고가 전문의약품 주요 고객이던 대형병원이 의정갈등으로 진료, 수술 차질을 빚으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