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가 치매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투약 환자 6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말 레켐비가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많은 처방 실적이다. 레켐비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8일 강성훈 고대 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첫 투약 환자 이후 4개월이 지났고, 60여명에게 투약했다”면서 “2주에 한 번 주사해야 하는 치료임에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고대 구로병원은 레켐비 허가에 발맞춰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지난해 11월 레켐비 승인 전부터 '알츠하이머 예방센터'를 열었다.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 아밀로이드 PET, 뇌 MRI, 종합적인 신경심리검사, APOE 유전자형 검사를 한달 내로 단축시켰다. 예방센터에서는 기억력저하, 인지기능저하, 건망증 등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항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는 물론 교육 및 인지훈련 프로그램으로 환자별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강 센터장은 “부작용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임상에서 부작용이 큰 사람은 없었다”면서 “레켐비는 통상 3개월 내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는 편인데 약 2명 정도 경미하게 온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는 2주 간격으로 MRI를 촬영하며 상태를 관찰하고, 이후 투약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다. 환자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돼 있는지 확인한 뒤 투약이 가능하다. 환자는 PET(양전자 단층촬영) 검사를 받아야 하며, 아밀로이드 베타가 검출돼야 처방이 가능하다. PET 촬영부터 결과 확인, 처방까지는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걸리지만, 고대구로병원은 이 과정을 한 달로 단축했다.
레켐비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빠르게 허가를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승인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레켐비 판매를 공식 허가하면서, 주요 국가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유럽 승인으로 레켐비는 조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보편적 옵션으로 자리잡게 됐다.

레켐비 치료는 약 1년 반 동안 2주마다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비용은 만만치 않다. 전체 치료에 드는 비용은 국내에선 약 4000만원을 넘어선다. 현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진단을 받는 PET 검사 등은 통상 130만원이 소요되고, 한 번 레켐비 투약시 100만~13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레켐비의 가장 큰 약점은 '비용'이다. 이 때문에 각종 카페에서는 레켐비 가격이 매달 공유되기도 한다.

고대 구로병원의 선제적 대응 이후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레켐비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PET 검사 대기 수요와 병원별 투약 프로토콜에 따라 환자들이 실제 치료를 시작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치매는 발병 이후 되돌릴 수 없는 뇌 손상이 누적되는 질환이다. 강 센터장은 “레켐비 도입 초기에 진단부터 투약까지 병원 내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해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앞당길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조기 진단·치료 모델을 발전시켜 국내 치매 치료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