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KB행 신호탄…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지각변동' 예고

법인 투자·ETF 등 잇단 호재
은행권 신사업 파트너로 주목
빗썸·국민銀 파트너십 신호탄
제휴은행 연쇄 이동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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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7년 만에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KB국민은행 변경하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산업 진흥법 논의와 맞물려 주요 거래소들의 제휴 은행 재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 기존 농협에서 국민은행으로 실명계좌 전환이 내달 24일부터 시작된다. 계좌 사전 등록은 오는 20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빗썸과 KB국민은행의 제휴로 시장 점유율 반등이 예견된다. 빗썸은 현재 2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시장 점유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KB를 택했다. KB국민은행은 나라사랑카드 2기 사업자로 확보한 군 장병 고객층을 포함해 가상자산 거래 주 고객층인 20·30세대 기반이 탄탄하다.

KB스타뱅킹 전체 이용자의 50% 이상이 20·30세대로,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입자 2213만명, 월간활성이용자(MAU) 1262만명을 보유하며 시중은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슈퍼앱 선두 주자로서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 접근성도 높다는 평가다.

빗썸은 KB국민은행 고객 흡수를 위해 제휴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농협과 진행했던 것처럼 오는 사전 등록에 맞춰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논의 중”이라 말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슈퍼앱 전략을 가속화,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단순 금융 거래 계좌로 역할뿐 아니라 빗썸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거래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빗썸과 기존 NH농협은행과 시너지는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NH올원뱅크 가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133만명에 그쳤고, MAU도 5대 은행 중 최하위 수준이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이 별도로 구분되어 거래 가능 계좌 개설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번 제휴가 은행들이 거래소를 신사업 파트너로 주목하는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8년 '거래실명제' 도입 초기 원화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확보가 필수였던 거래소들이 은행과 제휴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던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가상자산 업계는 제도권 밖에 있어 은행은 자금세탁 위험과 평판 위험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는 은행권 미래 고객 확보전략과 법인 투자 허용,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논의 등이 활발해지며 금융 업계 흐름 변화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산업 진흥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과거 은행 선택을 기다려야 했던 거래소들이 이제는 오히려 은행의 신사업 파트너로 주목받는 분위기”라 설명했다.

법인 시장 개방에 맞춰 올해 빗썸을 시작으로 실명계좌 제휴 지각변동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업비트-케이뱅크, 빗썸-KB국민은행, 코인원-카카오뱅크, 코빗-신한은행, 고팍스-전북은행이 각 제휴를 맺고 있다. 업비트와 코인원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복잡한 법인 거래에 제약이 있어 시중은행으로 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을 포함해 하나, 우리은행만이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않은 상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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