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카드뮴계 퀀텀닷(QD·양자점) 재료기업 나노코가 미국 이스트먼 코닥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특허를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QD비전 특허를 인수하고 퀀텀닷과 QLED 지식재산권(IP) 저변 확대를 노린 것과 비슷한 행보다. 삼성전자가 QLED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나노코는 이스트먼 코닥의 퀀텀닷 관련 특허를 인수했다. 구체적인 비용과 특허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사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인 QLED 관련 지식재산권 자산을 유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 일환이라고 밝혔다.
코닥은 약 30년 전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를 시작한 기업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이 OLED TV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 12월 코닥 OLED 사업부문과 특허를 약 1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 세계 퀀텀닷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QD비전 특허 인수가 화제다. 삼성전자는 비카드뮴계 퀀텀닷을 합성하는 고유 기술을 확보했고 한솔케미칼과 긴밀히 협력해 이를 퀀텀닷필름으로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체계까지 갖췄다. 사실상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퀀텀닷 사업 경험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QD비전 기술을 더해 QLED 개발에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이 보유한 퀀텀닷 관련 특허도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앤아이알앤씨(INI R&C)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삼성전자가 미국에 출원한 퀀텀닷 공개 특허는 211건으로 독보적 1위다. 일본 후지쯔가 83건으로 두 번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30건 특허를 출원했다. 코닥은 28건의 공개 출원 특허를 미국서 확보했다.
퀀텀닷 업계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QLED를 내세운 만큼 이 분야 기술과 지식재산권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OLED는 삼성이 자체 보유한 별도 재료 기술이 없어 외부 전문 재료기업에 의존해야 한다. 최적의 OLED 구조를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는 패널 제조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원천 재료를 외부서 조달받아야 한다.
하지만 퀀텀닷은 상황이 다르다. 삼성이 자체적으로 퀀텀닷 재료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응용한 필름 양산 기술까지 수직 계열화했다. 때문에 QLED에서 핵심 기술을 먼저 갖추면 시장 선점뿐만 아니라 독점하다시피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의 약 96%를 장악한 것보다 더 강력한 입지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확보하겠다는 야심으로 풀이된다.
퀀텀닷 재료 기업과 중국 TV 경쟁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중소형 엣지 디스플레이를 갤럭시 스마트폰의 대표 기술로 앞세우고 일정 기간 외부 경쟁사에 공급을 금지한 것과 같은 현상이 QLED TV 시장에서 반복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TV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퀀텀닷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데 삼성이 독보적 QLED 기술 기반을 갖추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QLED 재료부터 합성, 응용 등 전 분야에 걸친 기술을 확보하면 시장에서 독점적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며 “삼성은 최대한 관련 기술을 내재화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려 하고 경쟁사들은 삼성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강구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