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PC 중기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TG삼보컴퓨터가 사업 존폐 위기에 놓였다. 중기 업계에서는 TG삼보를 ‘대기업’으로,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기’로 분류하면서 의견 개진 기회를 얻지 못하고 국내 데스크톱PC 사업을 고스란히 접을 상황이다.
12일 TG삼보컴퓨터에 따르면 중기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모호한 대기업 분류 기준을 적용해 사업에 타격을 입을 위기에 직면했다.
TG삼보에 따르면 당초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으로 분류하는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반면 동반위는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삼아 TG삼보를 중소기업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의견개진을 못해왔으며 결국 대기업으로 최종 분류됐음을 업종 선정 발표일 전날 알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TG삼보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조달컴퓨터서비스협회와 동반위가 서로 다른 분류기준을 적용해 협상 테이블에서 의견 개진을 할 자격도 얻지 못했다”며 “최종 발표 하루를 앞두고 동반위가 TG삼보를 대기업으로 분류했다는 것을 우연하게 파악한 괴이한 상황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TG삼보는 지난 1980년 설립돼 국내 PC 시장 형성·발전을 이끈 대표 벤처기업이다. 2000년 매출 4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 해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지난해 매출 2891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적자폭을 30~40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일 것이 예상되는 등 실적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TG삼보는 전체 매출의 절반인 약 1400억원이 데스크톱PC에서 발생한다. 이 중 공공시장 비중은 데스크톱PC 매출 중 80%(약 1000억원)를 차지한다. 데스크톱PC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최종 선정되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TG삼보 측은 “매출을 1000억원 이하로 떨어뜨려 다시 공공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그 해 실적이 좋으면 다시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관된 분류 기준을 적용받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삼보컴퓨터는 초기 국내 PC산업을 이끈 대표기업”이라며 “국내 PC시장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기는커녕 모호한 분류기준으로 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반성장위는 13일 3차 중기적합업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데스크톱PC는 공공시장 진입비율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최종 협상이 결렬된 상태여서 동반위가 강제 조정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