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재시동, 사업화는 글쎄…
LG전자가 전력 반도체 연구에 착수했다. 가전은 물론이고 전기자동차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LG전자가 사업화에 나선다면 지난 1999년 반도체 빅딜로 LG그룹이 반도체사업에서 철수한 뒤 12년 만에 반도체 제조 분야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액시트론의 유기금속화학증착기(MOCVD)를 구입, 최근 우면동 연구개발(R&D)캠퍼스에 설치했다.
이 장비는 실리콘 웨이퍼에 갈륨나이트라이드 단결정막을 성장하는 장비(GaN-on-Si)로 고출력 전자소자 제조에 쓰인다. 한번에 8인치 웨이퍼 6장을 성장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보통 전력반도체 기업들은 원가가 저렴한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를 양산하지만 자동차나 서버 등 특정 분야에서는 성능이 뛰어난 갈륨나이트라이드나 실리콘카바이드와 같은 화합물 반도체를 사용한다.
액시트론 측은 “LG전자 우면 R&D캠퍼스에 G5 MOCVD를 구축했으며 양사는 파트너십을 맺고 갈륨나이트라이드 기반 전력디바이스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우면캠퍼스는 전기·전자 분야 기초 연구를 담당한다. LG전자는 고출력 파워 소자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전기자동차, 고속전철, 선박, 전력 송배전 등 그린 분야에 대한 준비 차원이다.
LG에서 분리한 LS그룹이 전기자동차, 전동차용 인버터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자동차는 소량의 전력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구동 모터 제어를 위해 DC-AC 변환용 인터버, DC-DC컨버터에 최소 14개의 전력 반도체(IGBT)가 들어간다”며 “냉장고와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뿐 아니라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을 염두에 두고 전력 반도체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갈륨나이트라이드를 이용한 전력 반도체 제조는 기존 사파이어나 실리콘 기판과 비교해 월등한 성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ED 기반 기술 및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품질 단결정막 성장이 어려워 미국·독일·일본 등에서도 선행 연구개발 단계며 가격도 실리콘 제품에 비해 두세 배 고가다.
LG전자 측은 “순수 R&D 차원에서 장비를 구입했으며 사업화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141억달러(약 15조3000억원)로 올해는 152억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오는 2015년까지 연평균 11.5%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