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AI 열풍은 제2의 '닷컴버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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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AI is everywhere, 인공지능은 모든 곳에 범재한다.”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드니 브룩 교수가 25년 전 MIT 강의에서 던진 메시지다. AI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라는 환호가 아니었다. 1990년대는 제2차 AI 겨울(AI Winter)의 한복판에 있었다. 'AI가 도대체 존재는 하는가?'라는 모진 비평에 시달리던 때였다. “곧 거대 AI가 강림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는 필요 없어진다더니, 그 AI는 지금 대체 어디에 숨어있는가?”라는 세간의 차가운 비평에 맞서, 브룩 교수는 “AI는 거대한 슈퍼맨의 모습이 아니라 '작은 요정'의 모습으로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등, 세상 모든 장치에 스며들어 활약한다”고 반론을 펼친 것이다. 실제로 브룩 교수는 1990년에 아이로봇을 창업해 지금은 집집마다 보급된 AI 로봇 청소기 '룸바'를 최초로 성공시켰다.

요즈음 “최근의 AI 열풍이 과연 25년 전의 인터넷 혁명과 닷컴버블에 비할 만큼 큰 혁신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분이 많다. 질문 자체가 좀 복잡한 것이었던지, 즉답을 어려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25년 전 닷컴버블은 좀 더 정확히는 1960년대 개발된 인터넷, 1991년 공개된 웹(WWW), 곧 이어진 브라우저 경쟁과, 1995년 민간 상용화 등으로 촉발된 '민간 온라인 경제 시대'의 개막에 가깝다.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PC와 모뎀과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닷컴버블은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 발전사의 흐름을 따랐다. 네트워크가 연결한 것은 '콘텐츠'였고 '사람들'이었다. 당시 가트너그룹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4C로 콘텐츠(Contents), 커머스(Commerce),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커뮤니티(Community)를 제시했다. 결국 그 순서대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 기술적 하부구조를 견인한 것은 모두 포털과 검색엔진이었다. '포털'에 접속한 사람들은 '검색엔진' 안내를 받아 '플랫폼 비즈니스'에 갇힌 '고객'이 됐다. 검색엔진은 분산된 콘텐츠 세상의 안내자 요정 알고리즘의 복합체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노드를 추가하며 네트워크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제 콘텐츠와 사람들 모두 연결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AI의 발전사는 컴퓨터 통신의 발전사보다 더 길다. 최근의 'AI 버블' 담론은 전체 AI라기보다 그 한 가지인 '생성형 AI'가 산업지형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둔다. 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 경은 연결된 콘텐츠들이 스스로 지능적으로 교신하는 AI '시맨틱웹'과 웹 3.0을 꿈꾸었지만, 인터넷 진화의 방향은 사람과 편의성을 위한 리치 클라이언트의 기능성에 초점을 둔 HTML5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향했다. 연결의 안내자 역할은 인간의 언어를 쏙 빼닮은 언어모델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AI는 수리연산, 논리연산, 패턴매칭 및 공간탐색의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생성형 AI의 거대언어모델도 이 단계들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동안 인간의 고유한 속성으로 믿어져 온 미지의 '언어공간'의 모델링에 성공하며, 기존의 문자열과 텍스트 검색이나 마이닝을 넘은 '언어공간의 직접적 연산과 탐색'이 가능해졌다. 기존의 검색엔진이 패스트푸드 매장이 간결한 메뉴판을 전시하는 것이라면, 언어모델은 고급 식당에서 최선의 선택을 돕는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말이 좀 길어졌다. 작금의 '생성형 AI 열풍'을 20여년 전의 '인터넷 신드롬'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생성형 AI'의 직접적 비교 대상은 닷컴버블 당시의 월드와이드웹이 아니다. '검색엔진' 기술이다. 콘텐츠는 흩어져 산재하고 AI는 모든 곳으로 스며든다. AI is everywhere.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 회사일까, 추천 알고리즘 회사일까? 구글과 아마존은? 그때나 지금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와 노드(사람과 스마트폰)들의 연결은 (1)구조적으로는 통신망과 자료구조가 (2)기능적으로는 공간탐색 알고리즘이 담당한다. 언어모델은 언어공간의 탐색과 연결 능력을 갖춘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네트워크 모든 곳에 스며든다. 닷컴버블이 연결만 되면 멋질 '아이디어'에 투자한 버블이었다면, AI 버블은 그 멋진 연결의 '실현'에 대한 투자다. 축적된 기술이나 영역 특화된 전문성 없이 참전하기 어렵다. 버블은 커지기 어렵고 더 기술 지향적, 서비스 중심적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다음과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 기술과 거대언어모델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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