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이 8개월 만에 다시 만났지만 끝내 '하노이선언'에 서명하지 못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는 들어줄 수 없었다”며 “옵션 여러 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 “대북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북한이 전체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면서 우리가 들어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핵화 추가 조치로 꺼냈다. 하지만 '플러스 알파'는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까지를 원했지만 북한이 더 이상 제시하지 않으면서 상응조치도 협상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가 원했던 부분의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모든 핵을 다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애초부터 비핵화 부문이었지만, 협상 결렬은 예상 밖이다. 양국 정상 모두 1차 회담 보다 나은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고, 이틀에 걸쳐 이뤄진 협상 과정에서도 결렬이 예상될 정도로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확대정상회담을 가지기 직전 '워싱턴DC와 평양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연락사무소 개설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풀이됐다.
또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그런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비핵화 부분에서도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었지만 양국이 서명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만으로는 명쾌하게 이해되진 않는다.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기반으로 한 '스몰딜'을 통해 반걸음 진일보하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이견차가 컸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자국의 핵심 핵 시설을 폐기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큰 보상 조치를 원했지만 미국이 꺼낸 상응 조치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역시 플러스 알파를 기대했다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서 협상을 이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 정상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은 카드를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다음의 협상을 통해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나가는 것으로 마무지 지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다음을 기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름 회담을 약속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어나면 일어나고 아니면 아니다”며 향후 회담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임을 예고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 동력도 약화될 전망이다. 당장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중재자·촉진자로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최종 결렬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도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