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 중국이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면서 백만장자만 1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최근 지은 주택이나 아파트가 우리나라보다 세련되고 화려해 보이는 것이 많다.
중국 주택 시장에서 성공해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 이지홈(쥐란즈자)이다. 1999년에 설립된 이지홈은 건축자재와 가구, 인테리어와 집 디자인 관련 모든 것을 판다. 중국 전역에 30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집 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명품은 모두 취급하고, 사용자가 인테리어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 디자인 센터를 운영한다.
한마디로 중국 주택문화를 고급화하고 선진화하는 혁신 주도 회사다. 올해 초에는 '수직 숲'으로 도심 건물 벽과 옥상을 정원으로 바꿔 건물 녹색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와 협력, 후베이성 황강 도심에 20만㎡ 규모 거대한 상업 및 주거 지역을 숲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주택에 녹색을 입히는 중국-이탈리아 톱 디자인센터를 베이징에서 운영하고 있다. 혁신 투자에 나선 이지홈은 베이징에서 10대 브랜드로 소비자 사랑을 받고 있다.
이지홈은 주택 인테리어는 물론 도시를 바꾸고 있다. 고가 상품을 팔기 위해 이지홈은 리스, 임대 후 구매 등 금융을 제공한다. 알리바바 등 온라인몰을 통한 판매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인테리어를 위해 디자이너를 모으는 디자이너 플랫폼 '세지지아닷컴'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등록했다.
이지홈은 올해 초 알리바바를 비롯한 15개사 투자자가 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하며 유니콘기업 반열에 올랐다. 이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점을 인수해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장해 가는 것과 동일하다. 알리바바 고객은 고급스러운 이지홈 매장에 실제로 상품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지홈은 이제 빅데이터와 알리바바 물류, 알리바바 안트 금융그룹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게 됐다. 왕린펑 이지홈 최고경영자(CEO)는 알리바바와 협력한 것이 모바일 페이, 스마트 스토어,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물류, 소비자 금융 등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알리바바가 월 5억8000만명 고객과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분석 기법, 애널리틱스 능력으로 이지홈에 고객 정보 활용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연계(O2O) 종합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알리바바도 자신들 가구 및 건축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지홈의 다양한 서비스와 디자이너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 협력을 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꾸준하게 오프라인 유통에 투자하고 있다. 2015년 전자제품 유통회사 서닝닷컴 지분을 20% 인수했다. 2017년부터는 경쟁회사 텐센트와 함께 유통회사 인수 및 투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거대하게 성공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가 다른 기업 성장에 투자자이자 경영 효율화 협력 파트너가 되어 여러 산업을 혁신해 나가는 것을 보여 준다. 이들 거대 정보기술(IT) 회사 전자상거래와 분석 능력, 물류가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 이지홈 등 회사를 급성장시키고 있다.
대형 유통회사 영업과 투자를 골목상권과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규제하고, 금산분리로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시대착오에 빠진 규제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거대한 혁신 생태계의 사례가 이지홈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