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라피더스가 2나노미터(㎚) 공정 시생산에 돌입했다.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던 라피더스가 실제 대량 생산까지 성공,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새로운 경쟁자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최근 “2㎚ 로직 반도체 도전이 본격화됐다”며 “일본 최초이자 세계 최고 수준인 2㎚ 공정 반도체 생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라피더스가 시생산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조하는 제품은 미국 주문형반도체(ASIC) 기업 브로드컴 반도체 칩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2022년 토요타·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일본 정부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에 지원했거나 예정인 금액은 1조8225억엔(약 17조9000억원)에 달한다.
2㎚ 공정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라피더스는 미국 IBM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단 TAT'라는 공정 방식으로 보다 빠른 반도체 제조를 추진 중이다.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등 반도체 설계자산(IP) 및 설계자동화(EDA) 기업과도 활발히 협력 중이다. 시생산의 결과물은 7월께 나온다. 2027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라피더스가 실제 2㎚ 반도체 생산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TSMC도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않은 초미세 공정인 만큼 기술 난도가 높아서다. 특히 수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라피더스가 2㎚ 양산에 성공하려면 더 많은 자금 투자와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양산 성공 시 업계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2㎚ 안팎의 초미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여기에 라피더스까지 가세하면 파운드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협이라는 게 중론이다.
라피더스는 브로드컴 외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와도 2㎚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도 라피더스 위탁생산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츠요시 코이케 라피더스 최고경영자(CEO)는 2㎚ 시생산 돌입에 대해 “기존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반도체를 생산할 자신이 있다”며 “이는 고객에 큰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