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에 따른 보험사 부담을 단계적 적용방안을 마련, 적용키로 했다. 보험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한 조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시가평가 기반 IFRS17 도입 관련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 등을 감안해 산출기준 완화, 경과조치 부여 등 단계적 적용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시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회계제도와 일관성 확보를 위해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K-ICS 등 건전성 감독제도도 개편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IFRS17과 K-ICS 시행에 따른 재무적 부담과 결산시스템 완비 곤란 등 애로사항을 금융당국에 전했다. K-ICS의 경우 신뢰수준 상향(99.0%→99.5%) 등으로 요구자본량이 증가해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리인상으로 자본확충도 쉽지 않다.
실제 교보생명은 이달 중 추진하던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해외 채권 금리가 치솟은 데다 가산금리까지 오르면서 채권 발행 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IFRS17 기준의 회계결산을 위해 대규모 예산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 전산시스템 개발이 필요한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우선 금감원은 보험사 부담을 고려해 산출기준 완화, 경과조치 부여 등 단계적 적용방안을 도입해 보험사 부담을 최대한 완화할 방침이다. 단계적 적용방안의 하나로 금감원은 '내부모형 승인제도'를 도입해 보험사가 개발한 리스크 측정 모델로 요구자본량을 산출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 IFRS17 시행에 따른 보험사의 재무적 영향을 주기적으로 분석해 급격한 자본감소가 예상되는 회사에 대해 자본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다. 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 시장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낮아지면 보험사 자본이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또 보험사별 결산시스템 구축 진행현황을 매월 점검하고 시스템 준비가 미흡한 회사가 대응계획을 마련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시스템 컨설팅을 담당하는 보험회계 전문 인력을 확충 방안도 추진한다.
금감원이 IFRS17 및 K-ICS 도입 관련 완화 의지를 밝히면서 한층 진일보했지만, 업계는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다. 사실 업계는 IFRS17과 K-ICS의 동시 시행은 부담이 된다며 단계적 시행 또는 유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요구했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설익은 행정으로 업계 산업을 죽인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 같다”며 “EU의 솔벤시Ⅰ(원가기준)도 Ⅱ(시가기준)로 변경할 때 최대 16년 간 경과조치를 부여하는 등 단계적 강화를 시도해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