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탐방]<9>KAIST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센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육지원동 2층에는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곳이다. 그래핀 기반 액정 물질로 마치 실을 뽑듯이 고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연구를 한다.

전자저울과 현미경 등 분석장치와 가열장치 및 비커가 흰색 벽면을 따라 책상 위에 가득한 것이 연구소 내부는 일반 연구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 도무지 용도를 예측할 수 없는 기계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뼈대를 이루는 은색 철제 빔에 여러가지 기계 장치가 부착돼 있는 장비다. 길이는 1m 남짓. 중앙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수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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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장치에서 바로 뽑은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 처음에는 직경이 50마이크로미터 수준이지만, 건조 과정을 거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래핀 산화물 액정으로 실 모양의 섬유를 뽑는 용액방사 장비입니다. 용액을 이용해 실과 같은 섬유를 뽑는 장비인데, 그래핀에 적용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극히 드뭅니다.”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윤태영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이 다가와 알려준다. 그는 직접 장비를 가동해 실을 뽑는 과정을 보여줬다. 장비에 갈색을 띤 그래핀 산화물 액정을 넣고 몇 가지 버튼을 누르자 수조 안으로 이어진 노즐에서 액정 물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액정 물질은 액체에 흩어지지 않고 가느다란 실 형태를 유지했다.

윤 박사과정은 “수조에 에탄올과 염화칼슘을 섞은 응고제를 채웠다”면서 “액정 물질을 배출하는 즉시 섬유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조과정을 거친 섬유의 직경은 50마이크로미터(㎛)다. 가는 실처럼 보이지만 성능이나 향후 산업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성능 개선 과정을 거쳐 높은 강도와 전도성을 부여한 섬유를 만들 수 있다.

편광 현미경으로 본 섬유 내부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모니터로 확인한 섬유 내부에는 결정에서 볼 수 있는 입자의 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세한 그래핀 플레이크가 촘촘하게 늘어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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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진이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의 내부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미세한 그래핀 플레이크가 섬유를 이룬다.

“그래핀 플레이크가 수직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이런 결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가 높은 전도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흰 가운을 걸친 교수 한 분이 불쑥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가 가진 우수성과 이유를 설명한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상욱 교수다.

김 교수는 그래핀 산화물 액정의 개념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립한 연구자다. 그래핀 산화물이 액정 상태에서도 '결정성'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를 조절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해 다양한 그래핀 산화물 기반 고기능성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뒤이어 시작한 연구가 이번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 연구다.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는 사용 용도에 따라 그래핀 플레이크의 크기를 조절하고 섬유에 다양한 물성을 담을 수 있는 소재다. 조금만 더 개선하면 탄소섬유를 넘어서는 첨단 신소재로 육성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원천기술의 잠재력이 워낙 커 실제 상용화 성과의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래핀 산화물 액정 섬유는 현재 쓰이는 탄소섬유를 넘어서는 핵심 산업 소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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