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반도체 독립'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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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을 자체 조달하려는 애플의 노력이 빨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맥 PC, 애플 워치 등을 구동하는 칩을 자체 기술로 설계해왔다. 최적화된 기술을 적용해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경쟁사를 앞설 수 있었다.

최근 인텔, ARM홀딩스, AMD가 설계한 반도체 칩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애플의 독립 시도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애플이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생산한 다양한 부품에 의존하기 보다는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다. 지난 2008년 애플이 전문 반도체 기업 P.A. 세미를 인수한 것은 이를 지향한 첫걸음이다.

2년 뒤 잡스는 혁신 기능을 갖춘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이 제품에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첫 프로세서 A4가 탑재됐다.

이후 애플은 더 강력한 프로세서를 속속 선보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보행 모니터링, 게임용 그래픽, 안면 인식 처리는 물론 애플 워치를 구동하고 에어팟을 아이폰에 연동시키는 전용 부품을 자사 제품에 장착했다.

이런 추세라면 애플은 언젠가 퀄컴, 궁극적으로는 인텔의 우월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반도체 강자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퍼 재프리 증권의 마이크 올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부품 조달 비용을 줄일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을 통제해 삼성전자 같은 숙적으로부터 기밀을 보호함으로써 미래 신기술에 재빨리 접근할 수 있는게 자체 설계의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캠퍼스 내부나 주변에 자리 잡은 건물들, 신기술 요람으로 떠오른 이스라엘 헤르즐리야에서 칩을 제작하고 시험 설비를 운용한다.

담당 조직은 수백명으로 구성됐고 인텔과 IBM을 거쳐 2008년 애플에 입사한 조니 스루지가 이들을 지휘한다. 스루지는 반도체 설계를 '예술'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스루지는 최근 수개월 동안 퀄컴에서 적지 않은 모뎀 개발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애플과 특허 분쟁을 벌이는 퀄컴 인력을 고용한다는 것은 언젠가 자체 모뎀을 생산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전략일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선보일 아이폰 신모델에 퀄컴 대신 인텔과 미디어텍이 생산한 모뎀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퀄컴과의 결별 수순을 밟는 듯한 모습이다.

애플은 작년 애플 워치에 블루투스 기능을 제공하는 W2칩을, 아이폰8과 아이폰X에는 신경망 엔진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칩과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각각 탑재했다.

올 가을 출시할 아이패드 신모델도 자체 설계한 GPU와 AI칩이 장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전략 때문에 애플의 GPU 공급선인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관측통들은 애플이 중앙처리장치(CPU) 전체를 독자 설계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인텔은 제5위 고객을 상실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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