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재명입니다. 재:재능과 실력이 있습니다. 명:명예로운 우리 민주당의 자랑입니다.`
이재명 후보 삼행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근 모 인터넷매체 방송에 출연해 경쟁 후보에 답한 짧은 평이다. 칭찬 일색이다. 사실 재미는 없다. 분명 인터뷰를 준비했던 언론사 측에서도 이러한 긍정 답변을 원하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 상대진영을 케이오(KO)시킬 강력한 펀치를 날려주길 은근히 기대했을 터다. 하지만 안 지사의 이 대답은 묘한 기분 좋음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안 지사는 전자신문을 찾았다. 정치 철학과 정책 방향에 대해 논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철저히 정책 질문 위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중간에 의도적으로 같은 당에서 경선을 치러야할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질문도 준비했다. 나름 `섹시한 제목`를 뽑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는 상대 후보에 대한 평은 철저히 절제했다. 문 전 대표가 내건 `4차산업혁명위원회` 신설과 과학기술부 부활 공약에도 4차산업 혁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에둘러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리곤 자신의 국정 철학 이야기를 이어갔다. 경쟁 후보에 대한 배려다.
조기 대선이 가사화하면서 여야 대선 후보가 상대 후보 약점을 헐뜯는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됐다. 상대를 흠집내야 만 좀 더 돋보인다고 착각한다. 씁쓸하다. 흙탕물 싸움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흠집을 낸다고 없던 표가 돌아오는 게 아니다.
안 지사는 최근 지지율 급상승 원인으로 진정성을 담은 자신의 철학과 목표가 국민으로부터 이해 받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유권자에게 분명히 설명하고 그것을 이해받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헐뜯는 건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상대 후보를 인정해야 자신도 인정받을 수 있다. 골프와 선거는 머리를 드는 순간 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