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요동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도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지사는 19%를 얻었다. 같은 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1%로 3위를 달렸다. 대통령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놓고 진영 간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 경쟁도 예측불허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전자신문은 앞으로 주요 대선 주자를 직접 만나 핵심 정견과 통치 비전을 들어본다.
대담=이진호 산업경제부장
-지지율이 한 달새 껑충 뛰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퇴 직후 10%로 올랐고 급기야 20%에 육박했다. 지지율 급등 원인, 무엇이라 보는가.
▲대선 출마선언을 5시간에 걸친 즉문즉답 형식으로 했다. 현장반응이 꽤 좋았다. 이후 안희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여기저기 다녀보면 많은 분들이 “제 주변 사람들이 안 지사님 좋아해요”라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저의 말이 좀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간 세세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 보다 국가운영에 대한 철학과 가치, 미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왔다. 어려울 수 있고, 아마 낯설었던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수사와 분명 달랐으니까. 이제 많은 국민들이 저의 신념과 철학에 이해와 지지를 보내주신다. 탄핵 이후, 정권교체 이후에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께서 다 같이 고민하고 있다. 그런 고민 중에 저 안희정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즉문즉답 형식의 소통을 굉장히 선호하는 것 같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
▲그동안의 대선 출마선언은 기자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국민들께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저는 대선을 향한 출발선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하고 싶었다. 국민 앞에서 직접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말씀드리고 검증받고 싶었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안희정과 `함께` 바꿉시다!`로 정했다. 미국의 타운홀미팅 같은 형식을 우리는 부러워만 하지 않는가. 우리라고 못할 것이 뭐 있나 싶었다. 그래서 기획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실 처음에는 5시간을 채울 수 있을까, 현장에 계신 분들이나 라이브방송을 보는 분들이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라. 아쉽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앞으로 그러한 기회를 더 자주 가지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표와는 격차가 있다. 비슷한 지지층을 공유해 차별화 없이는 반등을 노리기 쉽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이재명, 박원순 끌어안기도 시도 중이다. 왜 국민이 안희정에게 투표해야 하는가.
▲야당후보 누가 나와도 정권교체가 된다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그 이후다. 국민들은 이제 정권 교체를 넘어 누가 `정권 교체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하고 인수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첩첩이 쌓인 국가 개혁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임기 초만큼 좋은 시기가 없다. 가장 큰 동력이 모인 시기다. 좌충우돌하지 않고 돌파해나가야 한다.
출마 후보들 중 가장 오랜 30년간의 정당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경험도 있다. 7년간 지방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검증받았다. 젊은 추진력과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더 좋은 후보`가 바로 저 안희정이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또 한 가지, 연정이다. 의회와의 협치가 중요하다. 불법과 적폐청산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첫 출발이다. 적폐청산과 동시에 우리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취임한 대통령이 개혁과제들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총선까지 3년이 남았다. 새 정부 전반기는 현재의 의석수대로 의회가 운영된다. 차기 정부는 촛불민심을 통해 도출된 다양한 개혁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남북대화와 개성공단 문제 해결 등 무수히 많은 합의들을 이끌어내야 한다. 의회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 통과시키지 않으면 진전시킬 수 없는 과제들이다. 다른 정당의 협조, 즉 연정 없이는 개혁과제 완수는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동의한 민주주의라는 틀은 미우나 고우나 선거의 결과로 구성된 의회 내에서 대화하고 타협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지난해 총선 후 정치권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협치다. 지난해 그 탄핵 열기 속에서도 국회에서 법인세 1%도 못 올렸지 않았나. 열린우리당 때는 152석을 가지고도 사학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국가개혁과제에 동의하는 압도적 다수파가 필요하다. 그것만이 개혁과제를 처리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연정을 제안했다는 제 진심을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촛불광장에서 국민이 명령한 과제에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후보가 저라고 생각한다.
-남대전고 시절 문학 활동을 하다가 학교를 그만두었고, 대학시절 반미운동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안희정에 대해 불편한 여론도 있다. 그 과정에 대해 설명과 당시와 지금의 철학, 사상이 바뀐 것인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처음으로 박정희 유겐트의 환상에서 깨어났다. 독재의 어둠과 사회 부조리에 처음으로 눈을 뜬 것이다. 계간지를 통해 전태일의 죽음을 접하고 대전역에서 노숙을 하며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에 나오는 온갖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도 했다. 그런 와중에 광주항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회의 모든 모순, 불의, 거리로 내쳐진 이들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중3, 고1 시절에 혁명을 꿈꾸게 된 이유다. 고등학교를 한 번은 제적, 한 번은 자퇴를 했다. 제적은 `평천하`라는 지하신문을 읽고 편집장과 편지를 주고받은 게 문제가 됐다. 자퇴는 이미 책과 거리에서 배운 세상을 알게 됐는데 학교에서 공부 잘 해서 나 하나 출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결행한 것이었다.
그런데 노동자도 혁명가도 지식인도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학생운동을 해보자 하고 검정고시 준비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그 당시 민주화운동 했던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주의혁명을 저도 꿈꿨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이미 그 혁명의 시대는 끝났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제가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 이미 승부가 끝난 게임이다.
지금 시대에 맞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정치적 이노베이션은 바로 `협치`다. 뜻이 맞지 않고 동의할 수 없는 사람과도 마주앉아서 대화하고 협상하고 때로는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지도자의 기준은 오로지 `5천만 국민들의 공익`을 위해서다. 그 유일한 기준으로 국민과 함께 지금 이 시대의 이노베이션을 이루고 싶다.
-대연정은 보수를 아우르는 발언인가. 보수를 아우른다면 어떤 정치세력과 연정을 하겠다는 것인가.
▲국정농단의 책임이 무거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저 역시 화가 난다. 이들을 용서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앞으로 총선까지 3년이 남았다. 새 정부 전반기는 현재의 의석수대로 의회가 운영된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던 여소야대의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권교체 그 이상의 개혁을 해내기 위해서는 의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여러 후보들에게 개혁입법을 이뤄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권력기관 동원해서 뒷조사하고 괴롭히는 강압적인 방식을 쓸 수는 없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어떠한 국가 개혁 어젠다를 가지고 어떻게 다수파를 형성할지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가장 힘 있게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가진 새 정부 출범 초기를 허송세월 할 수도 있다. 정당 지도자들이 지금부터 대화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요청한다. 연정의 대상과 범위는 당 지도부의 역할이다. 직업정치인으로서 제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동의할 수 없는 사람과도 마주 앉아서 국민들의 공익을 위해 대화하고 협상하고, 때로는 타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교체는 어떤 의미인가. 기존 정치권력을 갖기 위한 세대교체는 숱한 후보들이 거론해 왔다. 이들과의 차이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다만 `새 부대`여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민주주의,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우리는 대통령에게 총통식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주의에 맞는 리더십이 아니다. 지난 100년 동안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에 얼룩진 낡은 대한민국을 통합과 통일, 희망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 지도자의 당선만으로도 국가와 사회 전 부문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50대 지도자는 세대의 연결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화를 이끈 부모님 세대와 헬조선에 절망하는 20대와 대화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안희정의 도전이 4050세대가 국가의 발전에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는 신호가 될 것이고 낡은 20세기를 넘어 시대교체를 이루는 증명이 될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는 `새로운 그릇`이 되겠다.
-균형발전은 해당지방의 특성에 맞게 특화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선거구도, 지방자치제도 규모, 지방 공무원 수준으로는 지방분권이 어렵다. 안희정이 그리는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 계획은.
▲크게 두 가지로 얘기하겠다. 하나는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이양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 중심의 일극체제, 수도권 과밀화 문제 해소를 위한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일환으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됐다가 헌재의 관습헌법 판결로 반쪽짜리 세종시가 됐다. 현재 수도이전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나 그동안 국민들의 수도 개념도 많이 바뀐 상황이라 변화된 상식에 따라 헌재의 해석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해석의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면 차제에 개헌 논의에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은 매우 미흡하다.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기능해야 하는데 중앙정부의 통치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제대로 된 국민 주권시대, 더 좋은 민주주의 시대를 위해서는 주권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치분권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위해선 개헌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개헌 전이라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수장들이 정례적으로 만나는 중앙-지방정부 지도자회의, 일명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해 지역의 문제와 균형발전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또 지방특별행정기관과 자치입법권, 재정권을 지자체로 전폭 이양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관할 업무와 범위를 재조정해 광역단위를 독자적 경제권 형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하고 읍·면·동단위에서는 정부기능과 주민이 직접 만나 주민자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대화와 소통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사회구조적 문제와 국민정서 등에서 여러 한계가 있었다. 국회와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가.
▲30년 정당 생활 동안 민주주의의 원칙과 소신을 일관성 있게 지켜왔다. 대화와 타협, 소통과 협치라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저 안희정 만큼 능력이 뛰어난 후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7년간 가장 극단적인 여소야대, 과거 민주당 도지사를 한 번도 선출한 적 없는 충남에서 지방정부를 이끌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도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이끌고 나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서로 간 정파와 견해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민주주의는 결국 `공존`과 `통합`의 리더십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서로 간 다른 견해와 정책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로써 `국가의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리더십`이다.
연정을 제안했다. 차기 정부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바로 소통의 능력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그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저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가장 잘 실천했던 사람이다.
-대선 전 개헌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개헌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헌논의는 권력분점을 위한 것 보다 주권재민에 기초해 민주주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운영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시간을 갖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가며 신중히 논의할 문제이다.
자치분권 개헌을 주장한다. 중앙집권적인 국가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 중앙집권에 따른 비효율과 불합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치분권이 최선이다. 지방정부에 입법·재정·인사 조직권을 부여해야 하고, 자치경찰권을 포함해 중앙정부 운영 권한을 지방정부에게 대폭 위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드 문제로 한중·한미간 외교문제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소녀상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집권 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중국과의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압력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한-중 관계 약화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의 우려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향후 사드의 성능개량, 추가 사드배치 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두어 의사결정 제도를 보다 까다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통해 중국의 우려를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는 사드에 반대한다.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이란 조건 하에서 이뤄진 정부 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상 북핵 해결이 사드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책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미, 미-중 대화를 중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이라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팅되는 6개월 사이, 우리도 빨리 정부를 구성해서 미국의 아시아 안보 외교 전략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저는 그 영향력 행사를 위해 신중히 준비해왔다.
위안부 합의문제나 소녀상 문제는 사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본과의 문제는 투 트랙으로 풀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 문제와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용서 없이 정부가 합의를 할 수 없다. 그 범죄의 책임을 물어야 할 누군가가 살아있다면 그 무엇을 불문하고 법리에 따라 처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죽었다. 그래서 우리 과거사는 진실을 밝힘으로써 화해로 풀 수 밖에 없다. 일본이 아시아 침략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잠시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의 침략을 당했던 모든 아시아 국가와 일본 내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사회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와 안보 문제는 그대로, 한일의 전략적 미래를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일본과 가까이 접해있고 교류할 수 밖에 없다. 투 트랙으로 가지 않는 이상 한일관계는 중지된다. 이 중지는 정치적 수사의 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현재 풀어야 할 안보와 경제에 대해서는 한일 간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
-7년간 도지사를 하며 얻은 최대 경험은 무엇인가. 중앙정부에서도 활용할 만한 운영방안이나 정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협치 없이는 한 발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충남도의회는 새누리당 27명, 민주당 11명, 무소속 2명이다. 협치 없이 도정을 이끌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도민의 신뢰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극단적인 여소야대 구조 하에서 7년간 지방정부를 이끌면서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 10개월 연속 1위,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도지사 혼자 이룬 성과가 아니다. 도의회가 `소통`과 `협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셨고 도민들께서 지방정부와 의회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주신 덕택이다. 충청민심이 곧 대한민국 민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외에도 안전골든타임 확보, 실시간 재정정보 공개, 3농 혁신, 인권과 성평등 기반 구축 등도 성과로 꼽고 싶다.
-현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집권 시 우선적으로 메워야 할 구멍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장의 불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잡아주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다. 한국경제는 수출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재벌대기업의 수직적 생산체제로 이뤄져 있다. 이 생산체제 밖의 기업들은 기술탈취, 단가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시장의 불공정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근본 문제가 바로 재벌이고 따라서 재벌개혁이 필요하다. 재벌들의 편법상속, 소수의 지분을 이용한 경영권 승계 등은 사회 전반의 도전하고자 하는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선 편법 상속 및 증여, 횡령·배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을 가능케 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질할 것이다. 징벌적배상제, 디스커버리제 도입 등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고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관련 규제 정비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이다. 혁신적 창조적 기업의 도전없이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이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민주적 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하는 데 가장 큰 힘을 쏟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WTO, FTA 등 트럼프발 무역분쟁 확산 조짐이 보인다. 대응책은.
▲우리는 원조를 받는 개발도상국에서 OECD 중견국가가 됐다. 당당하게, 실력을 갖고 임해야 한다. 미국을 무조건 따라다니는 외교만으로도 안된다.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를 배척해서도 안된다. 원칙에 따라서 우방과 동맹국가로서 통상 문제나 안보 문제도 좀더 높은 수준의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도 우리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민 단결이 필수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갖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경제통상은 물론 안보·외교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와 동맹관계이며 매우 중요한 우방국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익 중심의 협상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우리도 반대급부를 함께 협상테이블에 올려 레버리지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를 포기할 수 없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양자, 다자 간 FTA를 늘려가며 동북아 내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제고시킬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국가들과 중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별받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차기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 보여 `보수주의 표방용`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정치 철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편법 상속과 불공정 거래로 소수의 재벌이 이윤을 독점하는 것을 반드시 정상화시킬 것이다. 징벌적 배상제, 디스커버리제도,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재벌 개혁을 통해 운동장의 기울기를 완화시킬 것이다. 시장의 공정한 규칙만 지키게 하면 재벌의 수직적 생산체제와 수평적 계열사 체제는 스스로 진화하게 되어있다. 중소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것이고, 중소기업의 좋은 일자리는 그 만큼 더 많이 탄생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해 여야 대선주자 사이에서 이견이 있다. 정부 주도의 필요성과 간섭 최소화를 놓고 논쟁한다. 4차 산업 메가트렌드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필요한 전략은.
▲관료들이 일방적으로 기획해 끌고가는 시대는 지났다. 민간의 역량과 학계의 전문성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구축과 마중물 지원 등 민간의 혁신을 지원하는 체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단기적 처방과 중장기적 기반조성전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 처방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원칙 있는 규제혁신에 나서서, 산업 전반에 막혀있는 혈을 뚫어줄 것이다. 중기적 과제는 연구개발 생태계의 창조 기반 조성이다. 정부의 국가R&D 지원체제와 교육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 인재육성 체제를 구축하겠다. 목표는 다보스포럼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5대교육혁명 과제 즉, △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사람관리△협업능력 수행이다. 이를 위해 유년기부터 문제해결형 교육과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고, 협업능력·창조능력 강화를 위한 인문학 교육을 장려할 것이다.
- 차기 집권시 컨트롤타워 재편 등 부처내 거버넌스 재편 방향은.
▲정부가 혁신의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원칙 있는 규제혁신과 함께 정부의 과잉통제·과잉지원·과잉 시장참여를 줄여야 한다. 우선 국가의 미래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최신 유행 따라가듯 개별 산업을 대하면 단기적인 성과주의로 귀결된다. 민간과 학계, 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적 차원의 미래전략을 수립하되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R&D 자금을 투자하는 데도 성과는 미비하다. 신기술 확보에도 뒤처지고 노벨상은 갈수록 멀어지는데, 원인과 향후 개선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과도하게 주도하는 R&D 지원방식에 문제가 있다. 또한 단기적 성과를 평가의 잣대로 삼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긴 안목을 가지고 민간과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최근 기업을 통한 육아서비스 확대를 강조했는데 반응이 어떤가. 직장어린이집을 남녀불문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중소기업들의 직장맘은 배제되는 상황 아닌가.
▲중소기업 직장맘에 대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겠다. 현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임기 중에 30%(공공형 포함), 중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하겠다. 현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은 설치지원금을 확대해 혜택을 받도록 지원할 것이다. 산업단지형 공동 직장어린이집 확대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자신문 독자를 비롯해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누이들이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봉제공장으로 가발공장으로 돈벌러 갔던 가난했던 시절을 지냈다. 또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척박한 대한민국을 제조수출입국으로 만들었다. 이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21세기 새로운 혁신주도형 경제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ICT와 과학기술에 입각한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과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추격자를 따돌릴 수 없다.
전자신문이 걸어왔던 지난 35년의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해줬던 기업인과 독자 여러분들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점프업을 위해 `함께` 하길 바란다. 우리는 아버지 세대와는 좀 다른 길을 원한다. 저는 새로운 과학기술 R&D 전략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육성,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공교육 정책, 불공정한 산업 생태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 부분을 조속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사회 모든 부문에 뿌리내리고, 대화와 타협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고,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활력 넘치는 경제의 과실이 정의롭게 나눠지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 민주주의 원칙대로 가장 국가를 잘 운영할 저 안희정에게 그 역할을 맡겨 달라. 시대교체, 세대교체, 정권교체의 과업을 완수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정리=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