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보다 싼 기름값에 뒤바뀐 급전순위…중유발전소가 다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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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시장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중유발전이 저유가를 기회로 다시 재진입했다.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전경.

발전(發電)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중유(벙커C유)가 다시 등장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연료경쟁이 뜨겁다. 유가 하락으로 중유 경제성이 높아지면서다. 중유발전소는 수년 내 모두 문을 닫지만 산업용 연료에 이어 발전시장에서도 중유와 경쟁하게 된 LNG발전·도시가스업계는 저유가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6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 평택기력,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은 지난해 11월 가동에 들어갔다. 두 발전소 모두 중유가 주 연료다. 여름·겨울철 전력피크 때를 제외하고 중유 발전소가 가동된 것은 10여년만의 일이다.

중유발전이 전력 시장에 재진입한 것은 저유가로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가장 저렴한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를 먼저 돌리는 경제급전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 수년간 급전순위는 원자력-석탄-LNG-중유순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중유발전소 연료비원가(원/㎾h)는 전달 대비 40원가량 낮은 60원대로 떨어졌다. 열량단가는 지난해 10월 Gcal당 5만7295원에서 12월 4만7877원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LNG 연료비원가(원/㎾h)는 88원~119원을 기록하며 큰 변화가 없었다. 열량단가는 연말 5만6809원으로 10월 대비 0.3% 증가해 급전순위에서 중유에 밀렸다.

중유발전은 전력피크 때만 제한적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평소 가동률은 30%에도 못미친다. 2024년 평택화력을 끝으로 모두 문을 닫을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가격 하락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평택기력 이용률은 지난 11월부터 70~80%대 유지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오는 4월경까지 비슷한 수치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비상자원으로만 활용됐던 중유발전이 기저전력까지 치고 들어온 셈이다.

경쟁 연료인 LNG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에서 LNG 비중은 30.8%, 중유발전 비중은 4.2%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력 거래량에서 중유 발전 비중은 지난해 10월 1.4%에서 12월 3.7%대로 치솟았다. 이 기간

LNG발전 거래량은 21.2%에서 20.1%로 감소했다. 최근 LNG발전소 이용률이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중유 발전소 재진입으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료용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에쓰오일 울산 공장이 지난해 초 일찌감치 발전용 연료를 LNG에서 자체 생산한 저유황중질유(벙커C)로 전환했다. 2014년만 해도 LNG, 연료용 중유 열량 환산 기준 배럴당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배럴당 약 30달러 이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유가 가장 경제적 연료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울산지역 산업용 LNG판매량은 지난해 10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41.4% 급감했다. 전국 산업용 LNG 판매량도 같은 기간 동안 16% 줄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발전설비 비중상 중유가 LNG를 제치고 주력 연료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지만 최근 틈새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올리고 있다”며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며 꾸준히 발전시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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