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TPP 타결 임박…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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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Mega) FTA’로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핵심 회원국인 미국과 일본이 막바지 협상 중이다. 이번 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합의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백악관이 최종 합의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28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층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TPP 타결이 임박하자 참여 여부를 검토해 온 한국 정부도 바빠졌다. 후발 참여국이라는 한계는 최소화하고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 우리 통상 정책이 명료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TPP는 미국·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베트남·칠레 등 환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 2006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이른바 ‘P4(Pacific4)’로 출범했다. 이후 2010년 미국·호주·페루·베트남에 이어 2013년 일본까지 합류하면서 현 12개 회원국 체제가 완성됐다.

TPP 회원국은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협상했다. 협상 타결 열쇠를 쥔 미국과 일본이 이번주 아베 총리 방미를 계기로 최종 쟁점을 조율했다.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마라톤 협상을 하며 간극을 좁혔다.

아베 총리는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자신의 방미 기간 중 TPP 합의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에 합의해 협상 추진동력을 얻었다.

미국과 일본이 주요 쟁점에서 합의하면 TPP가 타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머지 회원국과 세부 협의를 거쳐 상반기 공식 타결 선언이 이어질 전망이다.

TPP가 타결되면 기존 양자 FTA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경제권 2개국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2013년 기준으로 TPP 12개국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세계 GDP 37.1%에 달한다. 교역 비중은 25.7%에 달한다. 세계 무역의 4분의 1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는 셈이다.

문제는 TPP 회원국이 벌일 잔치에 아직 우리나라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TPP 회원국이 아니다.

TPP 출범 초기에는 한미 FTA 논란으로 국민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거대 FTA를 추진하기 어려웠다. 이후에는 한중 FTA에 주력하면서 참여 기회를 놓쳤다. 2013년 7월 이웃나라이자 경쟁국인 일본이 전격 합류하면서 TPP는 우리나라에 발등의 불이 됐다. 지금도 TPP 관련해서는 정부가 실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뒤늦게 2013년 11월 공식 참여 전 단계인 ‘관심 표명’을 했다. 이후 기존 참여국과 예비양자협의를 하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식 참여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정부는 참여로 가닥을 잡았다.

현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국의 TPP 협상 타결 전 참여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기존 회원국이 퍼즐조각을 맞춰놓은 판에 뒤늦게 우리 것을 내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퍼즐조각을 이미 짜여진 판에 맞게 잘라내거나 덧붙여야 한다. 후발국으로서 일정 부분 불이익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TPP 불참 시 소재·부품 등 중간재 교역에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의 TPP 12개국 중간재 공급규모는 연간 1181억달러 규모다. 경쟁국 일본(1260억달러)과 비슷하지만 TPP에 불참하면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자유무역 구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도 TPP를 외면하기 힘든 이유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은 그간 무역장벽을 쌓기보다는 허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 큰 장벽이 사라지는데 지켜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TPP에 대응할 방침이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회원국 협상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며 “국익을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참여)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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