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첨단 부품업체들, `투자부담 눈덩이…안하자니 시장을 뺏길것 같고`

중견 부품업체들이 첨단부품 생산능력 증설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빠른 기술발전 추이에 대응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경기상황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급성장하는 스마트기기 시장을 관망하다가는 순식간에 고객물량을 경쟁자에 뺏길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고성능화·다기능화로 고화소 카메라모듈·미세패턴 인쇄회로기판(PCB)·터치스크린패널(TSP) 등 첨단부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부품기업 생산능력이 한계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세트업체 구매담당자들은 협력사들이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주저하자 신규 협력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기존 업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기존과 달리 세트기업 요구에 맞춰 첨단부품 투자를 망설이는 데는 투자규모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TSP는 필름타입 센서가 주로 사용돼 수억원 단위로 생산능력 확대가 가능했지만, 최근 스마트폰 기업들이 요구하는 커버 일체형 터치는 최소 수십억원 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카메라모듈도 500만화소에 비해 800만화소 생산라인은 후공정 및 검사장비 설비가 추가로 필요해 2~3배 이상 투자비가 든다.

 카메라모듈 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 호조로 고화소 카메라모듈이 급증하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품업체들은 기존 설비를 활용해 첨단부품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설비 회전률 하락에 따른 생산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500만화소 카메라모듈 생산라인을 800만화소 라인으로 전환하면 후공정이 추가돼 생산능력이 30% 가량 축소되고, 2층 비아홀 휴대폰 주기판(HDI)을 3층 제품으로 전환하면 표면처리 공정이 추가돼 20% 가량 라인 회전율이 떨어진다.

 설비 전환이 기존 제품 비중을 저하시키는 것도 부품기업 고민거리다. 기존 제품에 비해 첨단 부품 비중이 너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 신제품 특성상 낮은 생산수율로 자칫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존 설비를 전환하면 투자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고부가 제품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기존 시장을 경쟁자에 뺏길 수도 있다”면서 “사업과 제품 비중을 고려하면서 고부가 시장을 공략해야 하지만 새해 경기에 대한 예측과 기술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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