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용품과 방송통신 기자재에 대한 전기안전·전자파 적합성 인증 업무가 내년 초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양 부처로 쪼개진다. 한 개 제품을 놓고 전기안전과 전자파 규제를 두 개 부처에서 동시에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상당수 기업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지경부와 방통위는 전기용품·방송통신 기자재 인증업무에서 내년 초부터 지경부는 전기안전 규제를, 방통위는 전자파 규제 업무만을 담당키로 합의했다.
현재 지경부는 ‘전기용품 전기안전과 전자파’, 방통위는 ‘방송통신 기자재 전기안전과 전자파’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규제 분리 시행에 앞서 기업 불편 가중, 인증 제품 신뢰성 저하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규제 분리 배경=정부는 전기용품과 방송통신 기자재 기능을 함께 갖춘 융·복합 제품에 대한 중복 규제를 풀기 위해 전기안전·전자파 인증 업무를 지경부와 방통위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모니터·복사기·프린터·스캐너·프로젝터 5개 품목이 전기용품과 방송통신 기자재로 동시 지정된 탓에 양 부처로부터 전기안전과 전자파 인증을 각각 받는 기업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지경부는 최근 5개 제품에 대한 전자파 시험을 면제키로 해 이중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이종 산업간 융합 가속화로 새로운 융·복합 제품의 중복 규제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내다봤다.
PC와 TV가 결합한 ‘스마트TV’처럼 제품군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고 양 부처 규제로 인한 융·복합 제품 출시 지연 등의 문제가 재발할 것으로 판단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영역별 규제 분리정책은 지속적으로 발생한 부처 간 업무중복을 해소하고 규제 선진화란 큰 틀에서도 최선이란 총리실 판단 하에 방통위와 지경부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작용 발생 우려=하지만 융·복합 제품을 제조·판매하지 않는 상당수 전기용품과 방송통신 기자재 업체 입장에서 이 정책은 새로운 규제다. 한 시험기관에서 원스톱으로 전기안전·전자파 시험을 받았지만 내년부터 두 시험기관에서 전기안전과 전자파 시험을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시험기관간 서로 다른 시험규격으로 혼란을 겪거고 추가 비용을 내는 부담을 안게 된다.
또한, 전통적인 전기용품과 방송통신 기자재에 주력하는 제조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인 탓에 정부 규제 분리 시행에 따른 인증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시험기관간 수주 경쟁으로 전자파 시험 인증 서비스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 방통위 지정 37개 민간 시험기관이 전기용품 시장에 신규 진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일부 영세 시험기관은 투자 비용이 큰 전자파 시험평가 항목을 형식적으로 진행,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양 부처가 공장심사를 공동 진행하는 등 기업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시험기관은 영리기관인 탓에 시험 품질 안정화 보다는 수익창출을 우선시, 품질 사후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미나기자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