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다국적 기업, 내갈길 간다

Photo Image

 필립스, 오스람, GE라이팅 세계 3대 조명업체의 한국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시장 전략이 화제다. 3사 모두 한국 조명시장 분석을 정반대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공략방법도 제각각 이기 때문이다.

 오스람코리아는 지난해 9월 최성순 지사장에서 독일계 리하드 로트홀츠 지사장으로 교체한 후 첫 현지화 카드로 ‘고역률(용어설명 참조)’ 제품을 선택했다. 오스람 본사는 전 세계적으로 저역률 기조를 고수했으나, 최근 경기도 안산 공장에서 한국 시장에 맞춤한 고역률 LED 가로등용 모듈을 생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람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정부 인증을 얻는 등 현지화를 위해서는 고역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필립스코리아(대표 김태영)는 앞서 추진했던 고역률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지난해 2월 고효율 인증을 받은 필립스마스터 LED 7와트(W)는 고역률 방식으로 설계됐으나,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해당 제품을 단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스는 실제 한국의 고역률 정책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방침을 견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저역률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고역률 기준에 적합한 제품 수요가 많아 지난해 제품을 출시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저역률 설계로 가기로 본사 정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은 한국 LED 조명 시장 규모가 아직 미미한 만큼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했을 때 투자대비효과(ROI)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역률 설계 방식으로도 보다 높은 광효율을 낼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GE라이팅코리아(대표 김기정)는 LED 조명만으로는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일반 조명과 LED 조명’을 동시 판매하는 연착륙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오는 4월 LED 조명 출시에 앞서 ‘올 글라스(all glass) 콤팩트 형광램프’를 전략제품으로 출시했다. 백열전구와 LED전구가 가진 장점을 결합한 제품으로 배광 범위는 270도로 백열전구에 필적한 반면에 에너지 효율은 높다. 가격도 LED 전구보다 저렴한 9500원대로 책정했다. LED 조명을 사용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으로 망설이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3사의 관점이 변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이들의 선택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역률=입력된 전기에너지 중 소비된 전기에너지의 비율을 뜻한다. 국내시장에서는 에너지효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을 받으려면 0.90 이상의 고(高)역률을 내야 한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Photo Image
Photo Imag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