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융합촉진법 표류, 정부 · 업계 조기 제정 시급 한목소리

 정부가 국가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산업 융합’에 대한 모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세계 선진국들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융합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세계최초로 산업융합에 대한 종합법안을 만들어 놓고도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1년간 공을 들여 만든 ‘산업융합촉진법’은 당초 예정했던 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이견이 없는 핵심 법안으로 꼽혔지만 전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간 마찰이 발생하며 최종 승인을 받지못한 것이다. 이번 2월 임시 국회에서도 관련법은 민주당의 민생법안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법 제정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졌다.

 지경부는 산업성장의 양대 키워드로 융합과 녹색을 제시하고 있다. 융합 관련법이 제정된 것을 근거로 세부 시행령과 규칙을 만드는 등 산업융합 촉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뿌리가 되는 모법이 조기 확정되지 못하면서 시행령과 규칙은 물론이고 종합대책 마련에도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대응도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기업들도 산업융합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심점이 될 큰 방향이 구체화되지 못하면서 관련 대응이 느슨해졌다는 평가다.

 지난 연말 야심차게 출범한 융합산업협회에도 기업체 참여가 더딘 편이다. 최만범 협회 부회장은 “현재 30여개 기업이 협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수의 기업들이 법 제정이후 관련 대응을 본격화한다는 생각”이라며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판을 벌여볼 근거가 조기 확정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폭넓게 논의하면서 황금 해법을 찾아야 할 분야도 있지만 차세대 기술분야에서는 무엇보다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직 초기로 분류되는 융합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선점 효과’를 얻기 위해서도 법의 조기 확정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융합산업은 기술과 기술, 기술과 제품, 제품과 서비스 등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선제적 대응이 특히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융합시장은 지난 2008년 8조6000억달러에서 2013년에는 20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조달러는 올해 우리나라 예산 309조원의 60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은 범 정부차원의 ‘융합기술전략’을 수립해 어젠다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각각 융합기술발전전략과 이노베이션창출종합전략을 통해 관련 기술과제 도출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가 융합산업이다.

 

 <용어설명>

 ◆산업융합촉진법=융합 신산업에 대한 정부정책 지원 근거가 담긴 모법이다. 그동안 마땅한 기준이 없어 제품 출시가 지연되던 융합 신제품의 ´패스트 트랙´ 인증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맨을 지정해 융합관련 기업애로를 수시로 발굴해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부처 차원의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산업융합정책을 총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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