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컴퓨팅 `게임의 법칙`을 바꾼다](1)서버 "하나는 열이다"

컴퓨팅 업계에 가상화 기술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화 기술을 이용하면 한 대의 서버로 수십대, 수백대의 서버 구축 효과를 낼 수 있다. 서버뿐만 아니라 스토리지,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시하는 기업들이 가상화시스템 도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가상화가 침체에 빠진 컴퓨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것. 물리적으로 다른 시스템을 논리적으로 나누고 통합하는 가상화 기술은 유틸리티 컴퓨팅, 그리드 컴퓨팅 기술과도 맞닿아 있다. 하드웨어시장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있는 가상화기술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D생명 전산담당 K 팀장. 가상화 솔루션업체 VM웨어 영업팀의 설명을 듣고 가상 서버를 구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VM웨어는 설명은 인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인 ‘ESX 서버’를 하드웨어 위에 올리면 물리적인 서버 하나를 논리적으로 쪼개 최대 28개의 가상머신(가상 서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 K 팀장은 가상화 기술이 총소유비용절감(TCO)에 탁월할 것으로 판단했다. D생명은 웹애플리케이션서버, DB서버 등 인텔 서버 25대를 쓰고 있었는데 서버 당 평균 활용도는 10% 내외로 낮았기 때문이다.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을 이용해 서버 통합에 나선 결과, 같은 업무를 이제 인텔 서버 3대로 처리한다.

 

 가상화 기술이 도입되면서 서버 대수, CPU 개수, 메모리 개수 등 숫자 자체의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 쪼개쓰고 나눠쓰면 1개도 10개처럼, 10개도 1개처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상화 기술이기 때문이다. 가상화 기술이 CPU, 메모리 등 하드웨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하거나 묶어쓸 수 있도록 해 준다.

 ‘서로 다른 운용체계(OS)와 애플리케이션을 쓰려면 여러 대의 서버를 구매해야 한다’는 수적인 고정관념은 유효하지 않다. 메인프레임이 대표적이다. 가장 폐쇄적인 시스템이라고 공격받는 IBM 메인프레임(z시리즈)은 CPU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자체 OS와 리눅스를 함께 지원하며 개방성을 과시하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상화 기술은 수십대에서 수백대의 서버와 스토리지를 마치 한대처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조건 큰 시스템을 구매해야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관리도 간편하다고 한다는 주장도 가상화 기술을 적용하면 맞는 말은 아닌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가상화 기술은 하드웨어 업체에는 치명적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10대의 서버를 살 것으로 1대만 구매해도 되니 좋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실적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서버 영업 담당자는 어떤 경우에는 가상화 기술을 소개하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가상화 솔루션업체와 하드웨어업체가 연합전선을 형성하더라도 실제 고객 사이트에 제안할 때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하드웨어와 가상화는 단기적인 실적 면에서 보면 일종의 천적이다.

 고인상 한국HP 차장은 “가상화 기술의 태동을 이해하면 당연한 이야기다”고 단언한다. 그는 “서버 대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활용률은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낮은데다 이기종 서버 난립으로 전산환경은 복잡해졌다”며 “가상화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고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게임의 법칙은 변했다. 용량, CPU 성능으로만 경쟁했던 하드웨어 업계의 게임의 법칙은 가상화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제 복잡한 함수가 됐다.

 이경봉 한국IBM x시리즈 담당 실장은 “고객의 TCO 절감은 컴퓨팅 업계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필승 전략이다”이라며 “하드웨어 공급량이 줄어들더라도 가상화 기술과는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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