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을 바꾸다⑤]프라이팬부터 금형까지…코팅을 바꾸는 쏠레케미칼

PFAS 없는 세라믹 소재로 비점착·내구성 확보
숙성 24시간 생략하고 기존 생산라인 활용
남은 원료 재사용해 폐기물·원료 손실 줄여
경기도 육성사업 통해 저장 안정성 개선 추진

기후위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넘어 먹거리, 제조, 모빌리티, 자원순환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소비자 편의까지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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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미선 쏠레케미칼 대표.

프라이팬에 음식이 달라붙지 않게 하는 코팅은 조리와 세척을 편하게 해준다. 제조 현장에서는 금형에서 제품을 쉽게 떼어내고 부품의 마모를 줄이는 데 쓰인다. 이런 기능에 사용해 온 과불화화합물(PFAS) 계열 소재의 환경 잔류 우려가 커지면서 대체 코팅제 개발도 중요해졌다.

기능성 코팅 소재기업 쏠레케미칼(대표 금미선)은 PFAS를 사용하지 않는 세라믹 기반 코팅제 '솔라믹 원팩(SOLAMIC One-Pack)'을 개발했다. 기존 생산설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코팅제 숙성 과정을 없애 제조기업의 소재 전환 부담과 원료 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쏠레케미칼은 주방기구와 산업용 금형 등에 코팅 소재를 적용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코팅 공정 경험도 PFAS 대체 소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PFAS 없이도 달라붙지 않는 코팅

쏠레케미칼이 개발한 소재의 핵심은 코팅 표면에 음식이나 제조물이 달라붙는 것을 줄이면서 내열성과 내마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방용품에는 조리·세척의 편의성이, 산업용 금형에는 제품을 떼어내기 쉬운 이형성과 반복 사용에 견디는 내구성이 요구된다. 쏠레케미칼은 용도에 따라 코팅 조성과 두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대표 제품인 솔라믹 원팩(SOLAMIC One-Pack)은 여러 성분을 작업 직전에 배합하고 숙성시키는 기존 세라믹 코팅제와 달리 한 가지 제품을 사용하는 1액형 코팅제다. 쏠레케미칼은 원료의 반응을 제어하는 자체 기술을 적용해 배합 조건에 따른 품질 편차를 줄이고, 기존 PFAS 코팅 생산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산업용 금형의 이형성을 높이는 '에코실(EcoSil)'과 무기계 항균 소재를 포함해 비점착·내열·내화학 등 기능별 표면소재 30여 종도 보유하고 있다.

쏠레케미칼은 자사 코팅 소재의 PFAS 불검출 여부와 식품 접촉 적합성을 시험하고, 내열·내마모 성능도 평가했다. 다만 코팅제에 PFAS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완제품의 모든 사용 조건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뜻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 적용에는 제품 용도와 제조사의 공정 조건에 맞춘 평가가 필요하다.

숙성 공정 없애고 남은 원료 재사용

제조기업에는 코팅 성능만큼 작업 시간과 폐기 비용도 중요하다. 솔라믹 원팩은 기존 숙성형 세라믹 코팅제에 필요했던 약 24시간의 숙성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작업 후 남은 코팅제도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원료 손실과 화학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구조다.

공정이 짧아지면 에너지 사용과 생산비를 낮출 여지가 있다. 다만 탄소 배출과 폐기물 감축 규모는 고객사의 기존 공정과 실제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쏠레케미칼은 고객사 생산라인에 코팅 소재를 적용해 성능과 현장 적용성을 확인해 왔다.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별도 설비 도입 없이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도입 비용을 판단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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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미선 쏠레케미칼 대표가 코팅 신소재 개발을 위해 원료 배합을 반복해 시험하고 있다. 쏠레케미칼 제공.
육성사업 통해 비점착성·저장 안정성 연구

쏠레케미칼은 PFAS 대체 소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여했다. 코팅 신소재는 원료 배합을 반복해 시험하고 실제 제조환경에서도 성능을 확인해야 해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든다. 쏠레케미칼은 이번 사업을 통해 코팅 표면의 비점착성과 보관 중 제품의 저장 안정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상용화 제품을 다른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금형과 주방용품에서 확보한 기술을 자동차 부품이나 반도체·정밀부품에 적용하려면 소재별 밀착력, 허용되는 코팅 두께, 공정 온도 등을 다시 맞춰야 한다. 쏠레케미칼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라인에서 검증하는 방식으로 적용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특히 얇은 코팅층을 형성해야 하는 정밀부품에서는 코팅이 고르게 입혀지는지와 반복 사용에도 성능을 유지하는지가 검증 과제다.

주방용품 넘어 정밀부품으로 확대

쏠레케미칼은 코팅 기술 관련 특허를 등록하고, 주방용품과 산업용 금형 등 실제 제조 현장에 제품을 적용해 왔다. 앞으로는 얇은 코팅층에도 기능을 구현해야 하는 면도날과 정밀부품 분야를 공략한다. 생산 협력업체와 양산체계를 바탕으로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국·베트남에서는 현지 유통 협력도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통해 쏠레케미칼의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쏠레케미칼은 지원을 바탕으로 비점착 성능과 저장 안정성을 개선해 PFAS 대체 코팅제가 적용될 수 있는 제조공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미선 대표는 “친환경 소재가 기존 소재보다 불편하다면 시장을 바꿀 수 없다”며 “더 안전하면서 쓰기 쉽고 경제적이어야 산업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생산설비와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생산환경과 요구 성능에 맞는 PFAS 대체 소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산업별 소재의 적용 분야를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김포=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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