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돌릴 콩이 없다”…중소 두부업계 “수년째 반복, 공급체계 개편해야”

연간 25만톤 필요한데 올해 공급계획 22만톤…“9월 말~11월 초 재고 바닥”
국산·수입콩 혼용 정책에도 반발…“크기·단백질 함량 달라 수율 저하,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국내 중소 두부 제조업계가 정부의 가공용 수입 대두 공급 축소로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다며 추가 물량 공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국산콩 소비 확대를 위해 수입콩 물량을 줄이고 있지만, 국산콩과 수입콩은 가격뿐 아니라 크기와 단백질 함량 등 가공 특성도 달라 단순 대체나 혼용이 어렵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인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전국 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들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공용 대두 수입·유통체계 전면 개편과 부족 물량 3만톤의 즉각적인 공급을 요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두부·장류 제조업체가 연간 필요로 하는 가공용 대두는 최소 25만톤이지만 올해 정부 공급계획은 22만톤 수준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 소진 시점이 구체적으로 잡힐 만큼 원료 상황이 빠듯하다.

Photo Image
'수입콩 공급 부족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전국 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최선윤 강원특별자치도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체별 저장능력과 사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어야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여유밖에 없는 곳도 있다”며 “지역별로 9월 말부터 늦어도 11월 초면 원료가 바닥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 두부업체는 대기업처럼 대형 저장시설을 갖추지 못해 공급 차질에 더욱 취약하다고 호소했다. 김석원 이사장은 “대기업은 100~300톤 규모 사이로를 갖춘 곳이 많지만 중소업체는 필요한 물량을 하루 단위로 주문해 공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급이 끊기는 순간 생산라인도 바로 멈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 이사장은 “추석을 앞두고 두부 수요가 급증해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할 시점인데 두부 원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콩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산콩으로 대체하면 원료비 부담이 급격히 올라 결국 서민 장바구니 물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산콩과 수입콩의 '혼용' 방식이다. 현재 수입 가공용 콩 공급가격은 ㎏당 1400원대인 반면 국산콩은 정부 수매가격이 4700원 수준이고 시중에서는 5000원대까지 거래된다. 정부가 국산콩을 할인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수입콩과 일정 비율로 섞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두부 제조 공정에서 콩을 물에 불리는 '수침' 단계부터 차이가 발생한다. 수입콩은 지름이 약 5㎜인 반면 국산콩은 8㎜ 안팎으로 크기가 달라 적정 불림시간에도 1시간30분~2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큰 콩에 맞추면 작은 콩이 과도하게 불고, 작은 콩에 맞추면 큰 콩이 덜 불어 품질과 생산수율이 모두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료의 단백질 함량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홍교 대전세종충남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은 “같은 국산콩이라도 재배지역과 일조량, 재배 방식에 따라 단백질 함량이 모두 다르다”며 “강원도에서 일교차와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 콩과 논에 대체작물로 심은 콩은 두부 생산수율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양의 콩을 투입해 한쪽에서는 수율이 100 나온다면 다른 콩에서는 70밖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런 특성은 보지 않고 단순히 '국산콩이 남으니 두부업체가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업계는 정부가 국산콩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정작 수요처와 가공 적합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논에 벼 대신 콩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지급하고 정부가 생산된 콩을 수매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은 늘렸지만, 국산콩 가격과 가공 특성이 기존 수입콩 시장과 달라 곧바로 두부업계 수요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착유용 대두와 가공용 대두 사이의 수입제도 차이도 도마에 올랐다. 식용유 제조 등에 사용하는 착유용 대두는 연간 약 100만톤 규모로 0% 할당관세를 적용받으며 실수요자가 직접 수입할 수 있다. 반면 중소 두부·장류업체가 사용하는 가공용 대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심의 국영무역과 공매 방식으로 공급되고, 자체 수입 시에는 고율의 관세가 적용돼 사실상 정부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우리가 직접 원료를 살 수 없는 구조에서 정부가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면 적어도 공장이 멈출 정도의 공급 부족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가 물량을 줄여놓고 원료 부족으로 생산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Photo Image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전국 연식품협동조합 이사장들은 9일 기자회견에서 두부업계의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업계는 가공용 대두에도 착유용과 동일하게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수입이익금을 폐지해 연식품협회·장류조합 등 실수요자 단체가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처럼 실수요자가 원하는 품종과 단백질 함량 등을 따져 해외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올해 부족한 3만톤을 조속히 추가 공급하고, 향후에는 연간 최소 수요량인 25만톤을 기준으로 예측 가능한 공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업계는 “국산콩 소비 확대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부담을 중소 두부업체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중단에 이어 두부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근본적인 공급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