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상반기 생명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계약을 해지해 찾아간 돈이 26조원을 넘어섰다. 해약환급금과 보험금 지급이 빠르게 늘면서 생보업계 보험수지 적자도 15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 해약환급금은 26조6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19조5991억원보다 35.8% 급증했다. 효력상실 환급금과 각종 급여금 등을 포함한 전체 환급금은 36조1364억원에서 45조3981억원으로 26.1% 늘었다.
생보사 해약환급금 대다수는 연금·저축성 성격 상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계정 개인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8조4542억원으로, 이 가운데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이 6조1693억원을 차지했다.
실적배당형 특별계정 저축성 상품에서 5조5074억원, 연금저축과 자산연계형 등이 포함된 원리금보장형 특별계정에서 2조8210억원이 발생했다. 이를 합하면 약 16조8000억원으로 전체 해약환급금 60%를 웃도는 규모다.
보장성보험 해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계정 표준형 보장성보험 해약환급금은 5조6958억원, 무·저해지환급형은 8330억원으로 집계됐다. 표준형 가운데 종신보험 해약환급금만 2조8967억원에 달해, 저축성뿐 아니라 장기간 유지하던 보장성 계약에서도 자금 이탈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경기 부담에 따른 가계 현금 수요 증가와 증시 강세에 따른 자금 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보험 해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증시 강세와 함께 보험에 묶여 있던 자금을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저축성보험은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상품인 만큼 계약기간이 오래된 가입자를 중심으로 해지나 만기 이후 재투자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생활비와 대출 상환 등 가계의 현금 수요도 해약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 해지 확대는 생보사 보험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65조20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4% 증가했지만 지급보험금이 66조4956억원으로 27.5% 급증했다. 보험수지차는 14조7484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3조9762억원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약 3.7배 확대된 상황이다.
보험수지차가 적자라는 건,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컸다는 의미다. 하반기에도 해약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장기계약 유지율 관리와 현금흐름 안정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 증시 활황에 따른 머니무브 등으로 과거 판매했던 보험에서 해지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는 과거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수지 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