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농산물·식품 보복관세 조치
加 “155조원 규모 美제품 부과”
韓 25개 그룹, 법인 201곳 운영
USMCA 적용 못받아 타격 예상
崔 대행 “냉혹한 국제질서 절감
정부·국회·민간 협력 대응해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및 통상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4일 0시(현지시간)를 기점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에도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해 총 20% 관세를 부과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정상 간 협상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중국은 곧장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미국도 4월 2일부터 중국은 물론 모든 수입산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 발표 자리에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못박았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간 통화 등을 통해 관세율 조정과 관세 부과 일정 등을 조율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앞서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따라 미국과의 국경 강화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 관세 부과 일정을 1개월간 유예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4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품목에서 지난달 4일부터 발효된 10% 관세에 더해 총 20%의 관세가 부과됐다.
백악관 측은 “중국 공산당은 펜타닐을 제조하고 수출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대(對)중국 관세를 20%로 올렸다”고 밝혔다.
중국은 곧바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한다. 닭고기·밀·옥수수·면화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에 대한 관세는 10% 높인다. 미국 방산업체 10곳 등에 대해선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포함해 제재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이다.
캐나다도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 총 1550억 캐나다 달러(15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통해 4일부터 캐나다도 300억 캐나다 달러(30조원) 규모의 땅콩 등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1일 이내에 1250억 캐나다 달러(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의 관세는 미국의 무역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지방정부 등과 여러 비관세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캐나다가 지지층인 농업인 등을 겨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 농부를 수신자로 글 올리고 “4월 2일부터 외국 농산물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2일은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미국이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관세를 무기로 무역전쟁에 나서면서 '혈맹'인 우리나라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멕시코와 캐나다 역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또 다른 동맹 역시 미국의 관세 압박에 분주한 상태다.
특히 미국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뒤 USMCA를 이용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 온 우리 기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집단 중 25개 그룹이 총 201곳(캐나다 110곳·멕시코 91곳)의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삼성(68개, 캐나다 50개·멕시코 18개)과 현대차그룹(28개, 캐나다 13개, 멕시코 15개)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두 지역에서 전자·오디오 제품 생산은 물론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를 통해 완성차 생산 및 판매 사업 중이다. 이 밖에 한화(14개), LG·포스코(11개), LS(7개), CJ·GS·넷마블·현대백화점(각 6개), SK·네이버·효성(각 5) 등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현지에 생산기지나 판매법인을 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아예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혼다는 인기 모델인 시빅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당초 예정된 멕시코 과나후아토 생산을 포기하고 인디애나주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절감하는 요즘”이라며 “강대국과 우방국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자국의 안보, 산업, 기술 그 어느 하나도 온전히 지켜나갈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 민간이 힘을 합쳐 당면한 미국발 통상전쟁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